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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018년 주목해야 할 놀랍고, 신선하고, 생소한 기대주들

아직도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척박한 영화계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들이 있다. 어디에서도 접해본 적 없는 화끈한 이야기로 충무로를 뒤집어놓은 감독 정가영, 기억 속 익숙했던 아역 배우에서 어엿한 성인 배우로 성장한 배우 김향기. 앞으로의 행보와 차기작이 궁금한 두 영화인을 만났다.

한번쯤 상상해볼 수 있는 발칙한 이야기들
정가영 감독


베이식한 화이트 셔츠는 마시모두띠. 블랙 재킷과 데님 팬츠는 에디터 소장품.
폭력과 마초성을 강조하는 최근의 영화계에서 여성 영화인이 주목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굵직한 영화제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이가 바로 정가영 감독이다. 정가영 감독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장편영화 <밤치기>와 단편영화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를 통해 감독 특유의 익살스럽고 대담한 매력을 선보였다. 유튜브 ‘가영 정’ 계정에서 그녀의 초기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새롭게 연애를 시작하려는 연인이 사실은 남매일 수도 있다는 설정부터, 오디션을 앞두고 키스 연습을 하려는 남자 의 이야기까지. 오직 그녀만이 할 수 있는 황당하면서도 흥미로운 발상을 엿볼 수 있다. 정가영 감독이 처음부터 영화를 전공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 들어간 대학에서 전공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방황의 시간을 보내다가 친구의 권유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시 입학했다. “학교 친구들과 영상도 만들고, 과제로 영화 작업도 해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그때 배운 지식을 활용해서 독립적으로 작품 활동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15분가량 되는 단편영화들을 연출했고, <내가 어때섷ㅎㅎ>, <혀의 미래>, <처음>에서는 주연 배우로서 연기도 했다. 한동안 단편작 위주로 작업하다 보니 어느새 장편영화에도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는 투자받을 여건도 안 돼서 소규모로 직접 제작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첫 장편영화가 <비치 온 더 비치>예요.”


화이트 셔츠는 마시모두띠. 데님 팬츠와 슬리퍼는 모두 에디터 소장품. 접이식 의자는 콜맨.
<비치 온 더 비치>에서는 헤어진 연인에게 치근덕대는 여자 ‘가영’이 등장한다. 여자가 남자에게 치근덕대는 이야기는 사실 많지 않다. 하지만 정가영 감독의 영화에서는 남자에게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끈덕지게 들러붙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두 번째 장편영화 <밤치기>는 <비치 온 더 비치>보다 한층 더 화끈해진 ‘가영’이 마음에 둔 이성에게 구애하는 이야기. “<밤치기>의 가영이는 좀 뻔뻔해요. 감정을 거리낌이 없이 드러내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애인이 있는 남자 ‘종환’에게 끌려 이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하기도 하고 짓궂은 질문으로 괴롭히기도 하지요.” <내가 어때섷ㅎㅎ>, <비치 온 더 비치>, <밤치기>까지, 가영은 왜 다른 사람과 연애 중인 남자에게 끌리는 걸까? “기본적으로 매력 있는 남자한테 끌리는 건 세상의 이치잖아요. 매력 있는 남자들은 다 여자 친구가 있거든요. 그런 남자의 도덕이나 윤리를 건드리면 극적 긴장감을 줄 수도 있고 아무래도 더 재미있죠.” 영화 <밤치기> 속 시간과 배경은 한정되어있고, 등장인물도 많지 않다. 하지만 지루할 틈없이 이어지는 수위 높은 대사는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대사는 주로 한국 멜로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세요. 눈앞에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면 제가 가진 재주와 매력으로 그 사람을 꾀어내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말을 재미있게 할 수밖에 없어요.”

정가영 감독은 작품 속 ‘가영’ 캐릭터를 모두 직접 연기한다. 디렉팅과 연기를 함께 해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오히려 편하다고 말한다. “배우와 감독의 차이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저한테는 자연스러운 일이거든요. 가끔 단편영화에 주요 역할로 오디션 제의가 들어오기는 하는데 저는 가영 캐릭터가 아닌 연기는 못하겠어요. 본인 캐릭터만 잘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 속 가영과 현실의 정가영 감독은 말투, 표정, 행동까지 흡사한 부분이 많다. 연기도 자연스럽다. 그녀의 영화에서 술자리 장면이 빠질 수 없다. “술자리에서 대화하면 긴장이 풀리면서 농도 짙은 이야기를 하잖아요. 저는 그런 상황을 좋아해요. 또 현장이 긴장되니까 술 한잔씩 마시면서 연기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제 영화는 맥주 한잔 하면서 보기 딱 좋아요. ‘한바탕 웃고 자야겠다’ 싶을 때 보세요.”

사진 이원용 | 헤어·메이크업 장해인 | 제품 협조 마시모두띠(002-800-1375-6312), 콜맨(1577-5932)


누구의 딸이 아닌 ‘덕춘’
배우 김향기


머리에 걸친 체크 재킷은 프리마돈나. 흰색 니트 원피스는 자라. 갈색 스웨이드 부츠는 렉켄.
대부분의 아역 배우들이 그렇듯 김향기도 누군가의 딸 혹은 어린 시절을 연기해왔다. 그런데 이것이 김향기의 전부는 아니다. 데뷔작 <마음이>에서 반려견을 구하기 위해 얼음물에 뛰어들던 ‘소이’, 영화 <우아한 거짓말>에서 따돌림으로 인해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 ‘천지’, 드라마 <눈길>에서 고난을 겪지만 씩씩한 위안부 소녀 ‘종분’. 맡은 배역마다 가슴에 콕 박힐 만큼 김향기의 에너지는 대단했다. 차태현, 하정우, 주지훈, 이정재.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속 쟁쟁한 남자 배우들 틈에서 김향기는 누구의 딸이 아닌 ‘덕춘’ 역을 해내며 멋지게 성장하고 있었다. 누구나 가지만 아무도 보지 못한 세계 ‘저승’에 오게 된 망자 ‘자홍’이 3명의 저승 차사와 함께 지옥 재판을 받는 판타지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 <신과 함께>가 원작이다. 김향기는 극중 망자의 죄를 스캔하는 막내 저승 차사 ‘덕춘’ 역을 맡았다. “덕춘 캐릭터는 특별해요. 강림도령(하정우)이나 해원맥(주지훈)보다 힘도 약하고 마음도 여리지요. 죄를 판단할 때 감정에 흔들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망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생각해요. 덕춘에게 잘 맞는 능력인 것 같아요.”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헤어스타일과 목소리에도 신경 썼다. “원작 ‘덕춘’과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했어요. 그리고 제 목소리가 원래 저음인데 ‘덕춘’ 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표현하기에 부족한 것 같아서 목소리 톤을 높이려고 노력했지요.” <신과 함께-죄와 벌>은 모든 배경을 CG로 구현해야 하는 판타지 장르라 배우와 감독 모두 걱정이 앞섰다. “CG가 많이 들어가는 작품이라 그린 매트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연기하는 게 걱정스러웠어요. 근데 막상 해보니 괜찮았어요.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삼촌들이랑 같이 하는거고 감독님도 시선을 맞추며 상황을 잘 설명해 주셨거든요. 물론 상상력이 좀 필요했어요. ‘저기에 지금 괴물의 눈이 있다, 회오리가 치고 있다, 물바다다.’ 이렇게 연기하면서 감정이입을 하니까 그림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주름 장식 실크 원피스는 소니아 리키엘.
김향기는 현장에서 늘 막내다.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삼촌뻘이니 배우, 스태프들과의 교감이 부담스러웠을 터.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무서웠어요. 제가 너무 어리고 막내라서요. 하지만 김용화 감독님도 유쾌하시고 다들 알고 계시는 것처럼 하정우 삼촌도 말씀을 워낙 재미있게 하세요. 극중에서 주지훈 삼촌이랑 같이 붙는 신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무서울 것 같았는데 알고 나니 전혀 다른 분이더라고요. 옆에 있으면 부담감이 덜어지는 느낌이에요.” 덕분에 현장에 잘 적응하고 무사히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 ‘판타지’라는 새로운 장르를 경험한 것 자체가 좋아요.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특별한 세트장에서 연기를 한다는 건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어요.”

13년간 열심히 연기한 김향기의 새해 계획도 ‘열심히 영화 촬영하기’다.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역할은 ‘다중 인격’. “다중 인격 캐릭터가 굉장히 어려울 것 같기는 해요. 하지만 배우로서 안 해본 역할은 욕심이 생겨요. 똑같은 얼굴로 다른 모습을 표현하는 게 어렵겠지만 즐거운 경험일 것 같아요.” 그녀는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성장하는 것에 대해 크게 부담 갖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아예 아무 부담 없이 긍정적이면 좋겠지요. 하지만 또 너무 부담이 없는 것도 연기할 때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조금의 부담감은 가지고 가되 여기서 더 커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이제 김향기는 사람들의 기억 속 성장 속도를 추월해 어느새 이만큼이나 자랐다. “아역 때 이미지가 크니까 많은 분이 “벌써 이만큼이나 컸어?” 그러세요. 성인이 되면 맡는 역이 달라지잖아요. 뭔가를 새롭게 보여주기보다는 맡은 역할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어요.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고, 나이에 맞게 분위기도 바뀌고, 연기의 폭도 넓어지고…. 그러고 싶어요.”

헤어 정심 | 메이크업 서지윤 ㅣ 제품 협조 렉켄(6215-0070), 소니아 리키엘(759-0611), 자라(080-497-0880), 프리마돈나(797-7826)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8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