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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예술 세계와 철학을 담은 타우를 선보이는 타투이스트

Tatto Art

자신만의 예술 세계와 철학을 가진 타투이스트들이 등장하면서 과거 ‘음지’의 문화로 여겨졌던 타투가 새로운 트렌드이자 패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많은 팔로어를 거느리며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최고의 타투이스트를 소개한다.

그림 안에 인생을 담다
판타





뿔을 단 사자, 공중에 떠 있는 나무, 천사…. 판타는 공상 과학이나 동화 속에 등장할 것 같은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그려내는 타투이스트다. 연필로 데생한 듯 명암까지 넣어 입체감을 표현해 셀러브러티에게도 인기가 많다. 밴드 혁오의 멤버 오혁은 ‘바스키아’를 시작으로 판타에게 수십 개의 타투를 받았고 오혁의 타투를 본 에픽하이의 타블로도 그녀의 숍을 찾았다. 판타는 판화과를 졸업하고 구두 디자이너로 일하다 타투이스트의 길을 걷게 됐다고. “다른 업무에 치여 정작 디자인하는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일을 찾던 중 지인이 타투를 해보라고 권유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화가 났습니다. 타투이스트에 대한 편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았어요.” 다음 날 서점으로 달려가 유명 타투이스트들의 인터뷰가 실린 책 <문신유희>를 보면서 타투이스트를 무시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동시에 ‘도전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샘솟았다고. 이후 타투 숍을 찾아가 본격적으로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판타의 타투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림 안에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담기 때문. 손님과 오래도록 대화를 나누며 저마다의 사연을 타투로 표현해낸다. “문신에 어떤 의미를 담고 싶으냐고 제가 자꾸 물으니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단지 예쁜 그림을 새기고 싶은 사람도 많으니까요. 그럴 땐 탄생화나 탄생석을 추천해 조금이라도 특별하게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계속 이야기를 끌어내며 작업하다 보니 힘이 들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해나갈 생각입니다. 타투는 누군가와 평생 함께 가는 것이니까요.”


불교미술의 색감으로 완성한 강렬한 타투
피타





단청이 연상되는 타투를 선보이는 피타는 타투이스트 사이에서도 실력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조각을 전공하다 타투에 관심을 갖게된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과정에서 불교미술을 타투에 녹이기로 결심한다. 불교 집안에서 자라 어릴 적부터 절을 오가며 사찰 특유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던 것. 탱화에서 많이 사용하는 초록색, 빨간색, 갈색, 주황색, 분홍색과 단청의 오방색을 활용해 동양화나 민화와 비슷한 분위기를 구현한다.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인체에 대한 이해입니다. 조각을 공부하며 해부학을 배우는데 팔 길이, 근육 라인, 뼈의 모양에 따라 어떤 문양을 어느 신체 부위에 새겼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지 알 수 있어 도움이 되지요.”

피타를 찾아오는 이들 중 절반은 외국인 손님. 인스타그램 팔로어도 외국인이 더 많다. 한국여행에 대한 기억을 남기고 싶은 사람부터 동양의 미美가 느껴지는 그림이 마음에 들어 오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가장 인기 있는 문양은 민화에 등장하는 호랑이와 학. ‘천지창조’ 같은 명화를 동양의 색채와 접목한 작품도 반응이 좋다. 밑그림을 그릴 땐 의뢰인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녹일 수 있는 지점을 찾는다. 타투에 대한 주관이 없거나 본인의 의견만 고집하는 손님은 돌려보내는 편이다. 피타에게 ‘기존에 없던 타투의 장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냐’고 묻자 ‘그건 너무 거창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그냥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릴 뿐입니다. 처음에는 화려한 색감, 빈티지 한 느낌의 ‘올드 스쿨’ 같은 전통적인 장르를 응용했지만 지금은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타투의 가장 큰 매력은 살아서 움직이는 작품이라는 점. 자신이 새긴 타투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재미있다고 말한다.


흑백으로 완성한 기하학적 패턴
브라운피넛





“좋아하는 타투이스트를 만날 때마다 하나씩 받다 보니 개수가 많아졌어요. 타투를 주고받는 행위는 상대방의 실력을 ‘리스펙’한다는 의미가 담긴 새로운 문화이기도 합니다.” 타투이스트 브라운피넛의 몸은 다채로운 스타일의 타투로 가득하다. 각각의 문양에는 그의 인생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앤디 워홀’은 타투 입문 직후 사진 같은 그림을 그리는데 관심이 많던 시기에 받은 것. 흑백으로만 이루어진 타투는 검은색 잉크를 사용해 진한 선으로 표현하는 기법인 ‘블랙 워크’를 본격적으로 탐구하면서 받았다. “컬러를 활용한 타투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그러던 중 온몸을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가득 채우는 블랙 워크에 반해 그것으로 작업 방향을 정했습니다.”

사진을 전공하고 포토그래퍼로 일하다 타투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국내에서 기술을 익힌 뒤 캐나다를 기반으로 뉴욕, 프랑스까지 오가며 작업을 했다. 미술을 배운 적은 없지만 어릴 때부터 혼자서 그림을 그렸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타투를 시작하면서 그림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금전적으로 어려웠던 시기라 마트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를 다니며 유화를 배우기도 했지요.” 흑백사진을 찍으며 톤과 구도를 잡는 방식은 정교하고 섬세한 타투를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브라운피넛을 대표하는 작업은 ‘만다라’. 반복되는 패턴을 좋아해 곡선이 이어지며 독특한 형태를 만드는 그림을 자주 그린다.

그가 생각하는 타투의 매력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 후회하지 않는 타투를 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직장 분위기, 주위의 반대 등 걸림돌이 있다면 안 하는 게 좋아요.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가격이 싼 곳을 찾지 말고 타투이스트들의 작업물을 먼저 봐야합니다. 자신의 몸에 지니고 거의 평생 함께할 작품이니 가격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많으니까요.”


동양화의 농담과 필력까지 구현하는 타투이스트
홍담





“타투 문양이 공장에서 찍어내듯 거의 비슷한 것이 관심을 가진 계기예요. 5년 전만 해도 상담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도안을 손님에게 고르게 하는 방식이 많다보니 거의 용 아니면 잉어더라고요.” 동양화 특유의 농담과 필력을 살린 타투로 유명한 홍담은 꽃, 새, 달, 사슴 등에서 영감을 얻는 타투이스트다. 부정적이고 어두운 의미를 담은 그림은 절대 그리지 않는 것이 그의 원칙. 동양화를 전공한 홍담은 타투를 피부에 아름답게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수채화 같은 느낌의 작업을 선보였다. “추상화보다 세밀화를 추구하던 그림 스타일이 타투의 작업 방식과 잘 맞아떨어졌어요. 사람 몸에 작업할 때는 섬세함이 필수니까요.” 음지의 문화로 일컬어지던 타투를 여러 분야에 접목하는 것이 그의 목표. ‘타투 전시는 왜 하면 안 되지?’라는 생각으로 시술 도안을 전시한 개인전과 그룹전을 여러 차례 개최했다. 최근에는 데상트와 협업해 그의 작업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식물 패턴 디자인의 요가복을 출시하기도 했다. “타투를 안 좋게 생각하는 시선이 많잖아요. 밝은 쪽으로 자꾸 끄집어내서 사람들이 타투 그림을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타투 관련 법이 정비되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다는 그는 타투 합법화를 위한 노력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해외 타투 숍의 초대를 받아 그곳에 머무르며 작업을 하는 ‘게스트 워크’에 갈 때면 자유로운 작업 환경이 부러워요. 작업실이 음지에 숨어 있다시피 한 국내와 달리 거리 곳곳에 타투 숍이 있고 신나는 파티 분위기지요. 앞으로도 타투를 하려는 사람들이 계속 생겨날텐데, 다음 주자들이 더 좋은 여건에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꾸준히 목소리를 낼 생각입니다.”


LUXURY BRAND MEETS TATTOO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문화와 맞물리면서 유행이자 패션이 되는 타투. 럭셔리 패션 브랜드에서도 세계적인 타투이스트와 함께 다양한 협업물을 선보이고 있다.


Less is More










존 보이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타투이스트 존 보이Jon Boy는 요즘 가장 ‘핫’한 타투이스트다.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말한 ‘Less is More’를 작업 철학으로 삼는 그는 간결한 선으로 작게 표현한 달과 별, 고래, 다이아몬드, 레터링 타투를 유행시킨 주인공. 미국 10대들의 패션 아이콘인 켄달 제너, 헤일리 볼드윈, 지지 하디드, 저스틴 비버 등 수많은 셀러브러티도 그에게 타투를 받았다. 존 보이는 나이키 에어맥스에서 출시한 ‘베이퍼 맥스’ 론칭 당시 베이퍼 맥스에서 영감 받은 타투를 사람들의 몸에 새기기도 했다. 그의 ‘나이키’ 타투는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sneakeasy를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다.


살갗 대신 토즈의 가죽에 새긴 타투





사이라 훈잔 토즈의 시그너처 백 ‘더블 T’가 ‘타투 백’으로 재탄생했다. ‘황금 바늘을 든 소녀’로 잘 알려진 타투이스트 사이라 훈잔Saira Hunjan이 토즈의 가죽 위에 용 그림을 수놓은 것. 실제 타투를 하는 방식으로 바늘을 이용해 문양을 새기고 가죽을 씻어내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완성했다. 자연, 동물, 신화 속에 등장하는 모티프를 우아하고 섬세하게 표 현하는 사이라 훈잔은 10대 후반부터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영국 런던 예술대학교University of the Arts London의 캠버웰 예술대학Camberwell College of Arts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창의력이 돋보이는 아트워크와 컬래버레이션에 능하다.


기하학 문양과 만난 위블로









막심 부치 고대 유럽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기하학적인 문양을 즐겨 사용하는 타투이스트 막심 부치Maxime Buchi. 스위스 로잔 출신인 그는 런던 돌스턴Dalston에 위치한 유명 타투 스튜디오 ‘상 블뢰Sang Bleu’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도 하다. 힙합 스타이자 패셔니스타인 카니에 웨스트, 패션 디자이너 릭 오언스가 그의 클라이언트. 지난해에는 스위스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위블로Hublot’와 협업해 ‘빅뱅 상 블뢰’ 워치를 선보였다. 삼각형, 원, 육각형을 합친 기하학적인 문양의 다이얼이 회전하는 기계식 시계로 200피스 한정으로 출시했다. 막심 부치는 “위블로와 상 블뢰의 융합을 통해 최고의 기술과 최신 트렌드를 잇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시계 애호가로서 늘 이런 협업을 꿈꿔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타투를 입은 푸조







조일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타투이스트 조일Xo l은 스탬프로 찍어낸 듯한 타투로 유명하다. 문양이 워낙 정교하고 섬세해 포토샵으로 그래픽디자인을 한 듯 착시를 일으킨다. 타이포그래피, 뱅크시의 그라피티를 연상시키는 스텐실 등 다채로운 스타일의 아트워크를 선보이는 조일은 로맹제롬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베이지색 가죽 스트랩에 문양을 새겨 시계를 차면 실제 피부에 타투를 한 듯한 착각이 든다. 전 세계 25개만 선보이는 한정판으로 모두 다른 디자인이라 더욱 특별하다. 2014년에는 푸조와 협업해 가죽 선루프에 사자 문양을 새긴 ‘푸조 108’을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7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