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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가 제안하는 버섯 요리와 샴페인의 마리아주

Autumn Pairing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버섯은 다른 식물의 뿌리나 줄기에 기생해 영양분을 흡수한다. 식용이나 약용 버섯은 독버섯과 달리 빛깔이 화려하지 않은 흰색이나 진한 갈색을 띠며 결이 잘 찢어지는 것이 특징. 수분이 풍부하고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적어 칼로리가 낮은 버섯은 어떤 요리에도 무난하게 어울리며, 누구에게나 잘 맞는 식재료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포와 은은한 향, 상쾌한 목 넘김이 돋보이는 샴페인을 매치한다면 버섯의 풍미를 돋우는 데 도움이 된다. 깊어가는 늦가을의 풍취를 느끼고 싶다면 3명의 셰프가 제안하는 버섯 요리와 샴페인의 마리아주를 추천한다.


림 부분이 넓은 샴페인 글라스는 크루그 소장품. 스템 부분에 레드 포인트가 있는 샴페인 플루트, 윗부분이 진한 파란색인 샴페인 플루트는 모두 바카라. 
가을 버섯의 풍미를 만끽하다
버섯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사랑받는다.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신의 식품’이라는 극찬을 듣고, 중국에서는 ‘불로장수의 영약’으로 인정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사기>에 최초로 버섯에 대한 기록이 있으며 조선 시대에 표고, 송이 등 버섯 종류와 특징, 약용법 등을 담은 책이 출간되었다. 모던 한식 레스토랑 ‘품 서울’의 노영희 셰프는 “예부터 ‘일능이, 이 표고, 삼 송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을 버섯은 향으로 즐기는 최상의 재료”라고 소개한다. 한식 레스토랑 ‘권숙수’의 권우중 셰프, 프렌치 레스토랑 ‘라미띠에’의 장명식셰프, 프렌치 레스토랑 ‘레스쁘아 뒤 이부’의 임기학 셰프 역시 버섯은 종류에 따라 향과 텍스처가 달라 요리의 개성을 살리기 좋다고 말한다. 매해 한 가지 식재료를 골라 전 세계 최고의 셰프들과 요리책을 내는 크루그 샴페인에서 올해의 재료로 버섯을 선택한 것도 이런 연유다.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능이버섯은 3년에 한 번 정도 채취가 가능할 만큼 귀하다. 풀과 꽃, 흙 향기를 두루 지녔으며 씹으면 씹을수록 쫄깃한 것이 특징. 말리면 향이 더 강해지며 익히면 아삭하고 쫄깃한 식감이 살아난다. 24절기 중 16번째인 백로 이후에 나는 것을 최상으로 치는 송이버섯은 독특한 향과 맛이 식욕을 돋우는 데 도움을 주며, 비타민 B2・C・D의 함량이 높다. 조리하지 않고 생으로 먹어도 좋고 국이나 구이, 전, 찜, 밥 등 다채로운 요리에 두루 잘 어울린다. 표고버섯은 3~5월, 10~12월이 제철이다. 거북 등딱지처럼 겉이 갈라진 동고는 색이 연하고 작지만 맛이 빼어나다. 제철 표고는 말려서 보관했다가 조리하면 그 향이 더욱 깊어진다. 말린 표고를 불릴 때는 찬물에 얼른 씻은 다음 충분히 잠길정도로 물을 부어서 서서히 불려야 한다.

명나라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에 “장복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수명을 연장시켜 신선이 된다”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 영지버섯은 건강 재료로 인기가 높다. 식이성섬유와 수분이 풍부한 목이버섯은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식에 적합하다. 검은색을 띠는 석이버섯은 오색 고명을 만들 때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재료. 나물로 무치면 향이 독특하고 씹는 맛이 좋다. 느타리버섯은 갓 색이 진하고 줄기가 단단한 것이 맛있고, 담백한 팽이버섯은 향이 은근해 국물 요리에 주로 쓰인다. 보통 향이 강한 요리는 와인과 매치하기 쉽지 않다고 알려져있다. 한쪽 향이 강하면 다른 하나의 특징을 느낄 수 없기 때문. 하지만 단맛이 강하지 않은 드라이한 샴페인이라면 버섯 고유의 향과 질감이 잘 어우러지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권우중, 장명식, 임기학 3명의 셰프가 풍미 깊은 샴페인과 매치하기 좋은 가을 요리를 제안한다.


능이버섯을 곁들인 드라이 에이징 오리구이



한식 파인 다이닝 ‘권숙수’의 권우중 오너 셰프는 제철에 말린 능이버섯과 육류의 어우러짐을 추천한다. “능이는 다른 버섯보다 향이 매우 강합니다. 말린 능이를 물에 불린 다음 닭 육수와 들기름으로 맛을 냈고, 능이의 진한 향을 강조하기 위해 야생적인 질감이 느껴지는 오리 고기를 선택했어요. 드라이 에이징한 오리의 다소 거친 육질이 풍미가 진한 샴페인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그는 샴페인에 잘 어울리는 한식으로 김치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겉절이부터 익은 김치까지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는 김치라면 샴페인의 부케와 독특한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새우 무스를 채운 표고버섯과 양송이 콩소메



프렌치 레스토랑 ‘라미띠에’의 장명식 셰프는 강렬한 표고버섯 향이 샴페인과 잘 어우러지도록 맑은 수프인 콩소메를 만들었다. “향이 강한 버섯과 샴페인은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하지만 산미가 강하지 않고 버블과 향이 오래가는 샴페인이라면 뜨거운 버섯 요리와 궁합이 잘 맞습니다.” 그는 씹는 맛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돋보이는 표고버섯을 샴페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재료로 골랐다. 표고버섯을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다음 간 새우로 버섯 속을 채우고, 버섯 데친 물을 한 번 더 끓인 육수로 익혀 부드럽고 우아한 마리아주를 완성했다.


코스로 즐기는 버섯과 샴페인의 매치



프렌치 레스토랑 ‘레스쁘아 뒤 이부’의 임기학 셰프는 다채로운 버섯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 요리를 선보였다. 그가 찾은 핵심은 버섯의 산미. 한 가지 버섯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버섯을 메인과 부재료로 다양하게 활용했다. “타르타르에는 양송이의 하얀 속 부분만 써서 아삭함을 살리고 가니시로 트럼펫 버섯을 올려 산미를 강조했습니다. 어패류와 잘 맞는 샴페인의 특징을 살려 생합 주스로 끓인 버섯 크림과 팬에 익힌 관자, 생합 뇨키를 만들었고요. 소스에는 느타리버섯을, 가니시로는 지롤 버섯을 택해 입안에서 버섯의 다채로운 풍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는 샴페인과 버섯의 질감에도 포인트를 두었다. 씹을수록 식감이 살아나는 종류를 택해 샴페인 고유의 맛과 향을 만끽하도록 했다. 또 프렌치 요리에서 쉽게 연상할 수 있는 트뤼플을 조연으로 사용한 것 역시 색다르다. “프랑스 요리, 샴페인, 푸아그라 하면 누구나 트뤼플을 떠올립니다. 팬 프라이드 푸아그라는 트뤼플과 양송이로 소스를 만들고, 말린 트뤼플을 다진 다음 페이스트로 사용해 한 가지 재료나 향만 도드라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임기학 셰프가 제안한 메인 요리는 자연산 능성어. 살이 차지고 달큰한 맛을 내는 생선에 쥐라 와인과 모렐 버섯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여 깊은 풍미를 더했다. 양송이, 느타리, 표고, 능이, 모렐 버섯 등 모둠 버섯 가니시까지 곁들여 가을을 마무리하는 요리로 완성했다. 그는 버섯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살짝 조리하거나 푹 익히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권한다. “아주 조금만 살짝 익히면 버섯의 수분과 산미가 풍부해집니다. 반대로 오래 조리하면 식감은 조금 질겨지지만 한층 농축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취재 협조 권숙수(542-6268), 라미띠에(546-9621), 레스쁘아 뒤 이부(517-6034), 크루그 by MH 샴페인즈 & 와인즈 코리아(2188-5100) | 글라스 협조 바카라(3448-3778)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7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