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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이 마사아키 무인양품 회장

‘인감지능’으로 생활을 디자인하는 창조의 달인

무인양품은 ‘모두에게 좋은 물건’을 만든다. 지구와 환경을 위해 자원을 최소한으로 활용하고, 지역과 공존해 수익을 창출하며, 사용자의 입장에서 양질의 아이템을 선보인다.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생략과 간소화의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일상의 미학을 구현해온 기업. 무인양품을 이끌고 있는 가나이 마사아키 회장이 이야기하는 소박하고 기분 좋은 삶에 대하여!


가나이 마사아키 1976년 19세 나이에 유통 기업 세이유에 입사해 1993년부터 무인양품 영업 매니저로 일하며 상품 개발을 주도했다. 기업 철학과 사업 전반을 관통하는 통찰력과 사소한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세심함을 기반으로 영업본부 생활잡화부 부장, 영업본부장, 전무 등을 거치며 무인양품의 성공을 이끄는 데 기여했다. 2008년부터 양품계획의 사장을 역임했고, 2015년 5월 회장에 취임해 무지하우스, 파운드무지, 무지오피스 등을 소개하며 무인양품의 진화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는 건축이나 디자인, 패션을 싫어합니다.”
지난해 12월 9일, ‘2016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디자인 세미나’ 프로그램에 강연자로 참석한 무인양품 가나이 마사아키金井政明 회장의 익살스러운 첫 마디에 청중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국내에서 ‘무지MUJI’로 잘 알려진 일본 생활 잡화 브랜드 무인양품. 다리만 부착된 매트리스, 벽걸이 CD 플레이어, 발목의 각도를 고려한 90。 양말, 체형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는 푹신 소파, 식빵 가장자리를 활용한 스낵 등 일상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7000여 종의 제품을 통해 ‘무지 스타일’을 소개해왔다. 집을 모듈화해 판매하는 무지하우스, 저가 항공을 위한 공항, 지역에 방치된 캠핑 사이트를 새롭게 단장한 캠핑장,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사무 공간을 지향하는 무지오피스 등 무인양품의 철학을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한 다양한 결과물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다각도로 활용 가능한 실용성은 무인양품 제품 전체를 관통하는 특징이다. 개성과 유행에 중점을 두지 않는 ‘노 디자인No Design’, 브랜드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지않는 ‘노 브랜드No Brand’가 상품 개발의 핵심 전략이다. 한순간 소비자의 눈을 현혹하는 것이 아닌 오래 두고 사용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최적의 소재와 적절한 가격,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중시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40여 년 동안 변함없이 이어온 무인양품의 철학은 일본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대가인 그래픽 디자이너 다나카 잇코田中一光와 유통산업을 대표하는 사업가 쓰쓰미 세이지堤淸二의 협업에서 시작됐다. 1980년, 일본 유통 기업 세이유의 자체 브랜드로 론칭한 무인양품의 콘셉트와 제품 라인업을 위해 머리를 맞댄 두 사람은 포장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이유 있는 좋은 제품’을 모토로 ‘상표 없는 좋은 물건’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본이 버블 경제의 정점으로 치닫던 시기, 풍요로운 생활만을 추구하는 물질만능주의 속에서 물건의 본질을 찾으려 했던 이들의 행보는 지금까지 무인양품을 지탱해 온 정체성이 됐다. 초기에는 가정용품 9개와 식품 31개, 총 40개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소규모 생활 잡화 브랜드에 불과했지만 1988년 ‘양품계획’이라는 사명으로 세이유에서 독립하며 상품 수와 매장 규모를 대폭 늘렸고, 1991년에는 영국 런던에 첫 해외 매장을 오픈하며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잠시 경영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고품질, 기본 중심, 창조적인 생략’을 새로운 브랜드 콘셉트로 삼고 ‘노 브랜드’의 가치를 더욱 확고히 하며 재도약해 2002년 이후 현재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이루고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세 번 이상 반복되는 동안에도 무인양품은 변함없는 철학을 묵묵히 제품에 녹여내고 있다. 1976년 19세 나이에 세이유에 입사해 무인양품의 탄생과 성장에 기여했고, 2015년부터 양품계획을 이끌고 있는 가나이 마사아키 회장은 무인양품의 전략에 대해 “10년, 20년 뒤에도 변함없이 ‘기분 좋은 삶’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인양품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브랜드 없는 양질의 물건을 의미합니다. 브랜드 네임에 기업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는 듯한데요. 무인양품이 지향하는 ‘좋은 물건’이란 무엇인가요?
개개인의 생활이 아름다워지면 세상은 좋아집니다. 이것이 무인양품의 유일한 철학이에요. 따라서 ‘좋은 물건’은 아름다운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인류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에 관심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지구의 환경오염이나 고령화 시대, 서로 다른 문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갈등, 글로벌 브랜드의 영향으로 획일화된 문화 등에 대한 고찰을 제품에 담는거죠. 단순히 풍요만을 추구하는 디자인이 아닌 새로운 미의 가치 창출을 추구합니다. 최소한의 자원으로 사용에 부족함이 없는 물건을 만드는 ‘생 략과 간소화의 크리에이티브’가 핵심 전략이고요. ‘기분 좋은 삶’을 위해 도움이 되는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생략과 간소화의 크리에이티브’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제품의 불필요한 자원과 디자인을 덜어내고 간소화해서 새로운 매력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지금보다 20% 적은 재료로 상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는 거죠. 이런 아이디어는 ‘화장지 폭이 좀 좁아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면봉이 조금 더 짧아도 괜찮지 않을까’, ‘매장에서 사용하는 테이프 폭이 좀 더 좁아도 상관없지 않을까’ 등으로 이어집니다. 판매에만 목적을 둔 상품을 만들기보다는 적은 자원으로 여러 곳에서 널리 쓰일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거죠. 장식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다리만 부착해 소파로도 사용 가능하게 제작한 매트리스, 플라스틱 염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수납 케이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노 디자인’을 브랜드 철학으로 내걸고 있지만, 무인양품의 제품은 아주 세밀한 곳까지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무인양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품 디자인과 연결하고요.
스타 디자이너의 이름이 전면에 부각되는 것을 지양하고, 매장에 조금이라도 ‘튀는’ 물건이 놓이면 직원 모두가 불편하게 생각할 만큼 ‘디자인 없는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형태를 위한 디자인보다는 사람의 행동과 사물의 관계, 사물이 존재하는 공간과의 관계 등의 측면에서 소재와 모양을 검토하죠. 후카사와 나오토 씨가 디자인한 ‘벽걸이 CD 플레이어’가 대표적입니다. ‘디자인이 어떻다’라고 말하기 전에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라도 CD 플레이어 앞에 서면 저절로 줄을 당기고 마는, 그런 디자인이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방향인 것이지요. 사람의 행동과 무의식을 제품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무인양품의 대표 제품이 만들어졌고, 브랜드 이미지가 구축됐다고 생각합니다.

후카사와 나오토, 하라 겐야 등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을 고문단으로 구성하고 20여 년간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재스퍼 모리슨, 콘스탄틴 그리치치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도 다양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고요. 디자이너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무지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디자인계의 거장들과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그들이 무인양품의 사고방식과 철학을 좋아하고 믿어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무인양품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제품을 만드는 철학, 디자인에 대한 생각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으니까요. 저희는 최신 트렌드나 세상의 유행 동향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같은 멤버들과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 어느 만큼 성장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죠. 평소 동료들과 잡담을 자주 하는 편인데 제가 ‘다음에는 이런 걸해보고 싶다’고 말하면, 앞서 언급한 디자이너들이 저희와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기가 막히게 추천합니다. 무인양품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선행됐기에 가능한 결과인 거죠.

무인양품은 7000여 종의 제품 외에 라이프스타일과 연계된 다양한 것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2004년 처음 선보인 ‘무지하우스’이고요. 론칭 첫해에는 한 채밖에 팔리지 않았지만 현재는 매년 300채가량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협소 주택의 강국인 일본에서 무지하우스를 선택하는 고객들은 어떤 점에 이끌려 집을 구입하나요?
일본의 주거 시스템은 주택을 사서 약 35년 동안 살며 갚아나가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25년 정도 지나면 집의 가치가 ‘제로’에 가까워지죠. 이런 것들이 상당히 불편하게 여겨져서,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집을 구현한 것이 무지하우스예요. 기본 틀은 갖춰진 상태에서 집주인이 오랜 세월 공들여 스스로 채우고 가꿔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거죠. 집 안에 한 사람만의 스토리를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주택과 차별됩니다. 무지하우스를 구입하는 고객들은 이런 무인양품의 사고방식에 동의하는 분들입니다. 물건을 많이 구입하거나 호화롭게 생활하는 것보다는 사람 사이의 관계, 자연과의 조화 등을 일상에서 음미하고 즐기려는 사람들이 주로 구입하는 것 같아요.

주거 단지 재생 사업을 진행하는 등 공간 레노베이션이나 재생 건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던데요. 미래의 주거 환경과 관련해 최근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이슈는 무엇인가요?
고령화 시대, 1인 가구 증가 같은 사회 현상에 늘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에는 결혼하지 않는 여성들에 대해 주목하고 있어요.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일종의 공동체가 필요해지지 않을까요? 독립적인 생활은 그대로 유지하되 필요에 따라 공동체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생활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전략적으로 사업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무인양품이 변함없이 관심을 갖고 사업으로 연결시키고 싶어 하는 주제는 분명해요. 살면서 기분 좋지 않게 느껴지는 것들을 기분 좋게 바꿔나가고 싶습니다.”

무인양품이 지향하는 가장 이상적인 집은 어떤 모습인가요?
무지코리아 대표인 오니시 가쓰시大西克史의 집을 소개하고 싶네요. 100년도 더 된 한옥인데, 좁지만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다 들어 있고, 운치와 감성이 흐르죠. 침실이 침대 하나로 가득 찰 정도로 작아요. 옆에는 평소 식사를 하거나 사람들이 들르면 함께 술을 마실 만한 공간이 있고요. 내부에는 작은 정원도 있는데,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무인양품은 유통 기업 세이유에서 소매 유통업으로 시작해 의식주를 포괄하는 일상용품을 제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채소나 고기 같은 신선 식품과 자동차를 제외하면 무인양품의 제품만으로 생활이 가능할 정도가 됐는데요. 앞으로 또 어떤 것들을 더 선보일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전략적으로 사업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무인양품이 변함없이 관심을 갖고 사업으로 연결시키고 싶어하는 주제는 분명해요. 살면서 기분 좋지 않게 느껴지는 것들을 기분 좋게 바꿔나가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 일본에서 농업은 부가가치가 점차 떨어지고 있어요. 무에 조금이라도 상처가 있으면 팔리지 않고, 오이도 약간만 휘어지면 상품 가치가 떨어지죠. 농부들이 소비자에게 농산물을 직접 판매할 수 없으니 가격은 높아지고, 유통 과정에서 상처가 생겨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상황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농가에서 자신들이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지금까지 출하하기 어려웠던 농산물을 잘 판매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런 과정을 갖춰가는 데 무인양품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생산과 유통이 함께 이뤄지는 농사의 ‘SPA’를 고안하는 거죠. 더불어 만약 자동차를 만든다면 경량 트럭 정도가 될 것 같아요. 값비싼 고급 차는 무인양품보다 잘 만드는 회사가 훨씬 많은데다, 어쩐지 위화감이 느껴지거든요. 시골에서 농사 짓는 할아버지가 트럭에 타서 ‘논까지 가자!’고 말하면 논까지 데려다 주고, 다시 ‘집!’을 외치면 집을 인식해서 운전하는 거죠. 세상에는 기분 좋지 않은 것들이 여전히 많으니까,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대만, 파리 등에서 진행한 ‘파운드 무지Found MUJI’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로컬에 기반을 둔 크리에이티브 전략으로 도시화와 글로벌화로 인해 생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인상 깊어요.
문명적인 것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집니다. 지구촌 모두가 아이폰, 코카콜라, 나이키 운동화를 사용하는 것처럼요. 그렇게 되면 누군가는 고유한 자신을 증명할 ‘차이’와 ‘다름’을 필요로 하게 되죠. 그것이 문화입니다. 무인양품은 문명이 아닌 문화를 사업 전략으로 삼지요. 얼마 전 삼성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기회가 있었어요. “20년 후에 한국에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갤럭시인가, 김치인가?” 하고 질문을 던졌더니 대다수가 “김치는 양보할 수 없다”고 답하더군요. 이런 점을 토대로 무인양품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남겨두고 싶은 것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파운드 무지’를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글로벌한 시점으로 지역을 찾고, 그곳에서 수십 년, 수백 년 후에도 유지하길 바라는 것들을 상품화하는 거죠. 로컬 중심의 미래는 무인양품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 중 하나입니다.

오랫동안 존재했던 것이라면 흔히 ‘빈티지’나 ‘클래식’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데, 무인양품은 ‘발견했다’는 의미의 ‘파운드’라는 단어를 사용했어요. 김치처럼 익숙한 아이템뿐 아니라 숨어 있지만 계승할 가치가 충분한 로컬 아이템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로도 보이는데요. 지역 사람들도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을 무인양품이 어떤 방식으로 발견해낼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마케팅이나 빅 데이터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요새 유행하는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있죠. 저는 그 말을 바꿔서 ‘인감지능’이라고 표현합니다. 무인양품은 인간의 감성을 인지하는 능력을 상당히 갖추고 있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안목과 감을 기반으로 로컬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해 아이템을 수집하는 거죠. 발견한 물건이 디자인적으로 아름다운지에 대해서는 도쿄 본사에서 후카사와 나오토, 하라 겐야 같은 디자이너들이 최종적으로 판단해 줍니다.

지난해 말에는 나리타 공항에 저가 항공사를 위한 제3의 공항 내부를 디자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무인양품이 작업한 공항은 어떤 모습인가요?
공항은 이동 거리가 길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나 무빙워크를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예산이 부족했어요. 고객들은 공항에 도착하면 게이트까지 약 1.5km에 달하는 거리를 걸어야만 했죠. 저희가 중점을 둔 부분은 고객들이 그 길을 걸으며 불쾌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었어요. 잘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맛있는 것을 실컷 먹은 후 돈을 내고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하잖아요. 그렇다면 여기서는 무료로 운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하기로 했어요. 바닥에 러닝 트랙을 그려 유머를 더했죠. 저가 항공 터미널이기 때문에 밤 늦게 도착하거나 새벽에 출발하는 스케줄이 많아서, 내부 의자는 모두 잠깐이라도 잠을 잘 수 있는 형태로 구성했고요. 해외 미디어를 포함해 여러 곳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7년 하반기에는 베이징에 ‘무지호텔’을 오픈할 예정이라고요.
중국에 출장 갈 일이 많은데, 매번 호텔 방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넓어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좀 더 작은 방으로 예약해달라고 부탁하면, 서비스와 시설 퀄리티가 함께 낮아지는 거예요. 몇 번 경험하며 베이징에 ‘딱 좋은’ 중간급 호텔이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호화롭고 넓거나, 불편하고 좁은 것이 아닌 서비스와 시설 좋은 적당한 크기의 객실이 있는, 제가 묵고 싶은 호텔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무인양품의 행보를 보면 이윤에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지구의 환경을 고려하는 제품이나 로컬 프로젝트 등은 기업이 아닌 정부나 자선단체의 역할 같기도 하고요. 이런 일들을 추구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있나요?
사회 시스템의 문제는 결국 개개인의 사고방식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도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거죠. 구성원 모두가 각자 간소하지만 풍요롭고 아름다운 생활을 이어가면, 범지구적인 문제나 사화적 과제도 자연스레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역시 기업이기 때문에 이윤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이익 그 자체에 목적을 두는 기업과는 차이가 있지요. 세상에 제대로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이익을 얻는 프로세스를 만들자는 것이 저희의 모토입니다.

지난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세미나에서 무인양품을 소개하며 ‘물고기와 같은 조직을 추구한다’고 소개했는데요. 물고기가 상징하는 기업 문화는 무엇인가요?
작은 물고기 떼는 멀리서 보면 큰 물고기처럼 보입니다. 그 안에서 누군가가 방향을 지시하거나 행동을 명령하지 않을 텐데,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한곳을 향하죠. 물고기 한 마리, 한 마리가 항상 양옆과 위 아래 물고기의 움직임을 자연스레 인지하고 있는 거예요. 무인양품 역시 이런 물고기 떼 같은 기업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 부서뿐 아니라 타 부서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갔으면 해요. 불필요한 상하 관계, 위계질서를 지양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회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지만, 사내에서는 저도 다른 사원과 동등한 입장입니다. 그래서 별도의 집무실 없이 군데군데 돌아다니며 다른 사원들과 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어요. 휴가도 열심히 쓰고, 일도 적당히 적당히 합니다(웃음).

진정한 ‘럭셔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가격, 유명세 등과 관계없이 스스로 정말 마음에 들어서 소중하게 사용하는 물건, 그리고 그런 것들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물건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지만, 해가 뜨고 바람이 불고, 비를 감상할 수 있는 작은 정원이 있는 집에서 행복을 느껴요. 진정한 풍요는 물건이나 편리함에서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인류는 20세기에 경험했습니다. 겸손하게 인간을 직시하고, 먼 미래를 바라보며 매일의 생활에 정성을 들이며 좋은 일에 힘쓰는 일. 그것이야말로 럭셔리한 삶 아닐까요?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7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