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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송길영

"2017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장소는 집"

빅 데이터로 사람의 욕망을 캐는 남자 송길영. 거대한 정보에서 추출한 통계와 수치에 기반해 인간의 욕망과 사회변화를 이야기하는 덕분에 여기저기서 러브 콜이 끊이지 않는다. 그가 최근 관심을 갖는 분야 중 하나가 공간. 2017년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공간을 꿈꾸고 향유하는지, 기업이 아닌 개인이 빅 데이터의 세계를 알아 좋은 것은 무엇인지 들려준다.


송길영 ‘통찰은 상상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빅 데이터를 분석하는 남자. 활자 중독증이 있어 책이든, 잡지든, 댓글이든 계속해서 무언가를 읽는다. 그의 셔츠 팔목에 ‘Mining Mind’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빅 데이터로 사람들의 욕망을 캔다’는 의미. 시계를 볼 때마다 되새기며 자신의 일과 삶의 방향을 명확히 한다. 저서로 <상상하지 말라>,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 등이 있다.
당신이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고 치자. 할인 쿠폰을 몇 시에 나눠주면 매출에 도움이될까? 점심 시간인 12시? 퇴근길에 모두가 휴대폰을 보는 6~7시? 송길영의 생각은 다르다. 그가 제안하는 시간은 저녁 9시와 새벽 1시. “사람들에게 ‘지름신’이 강림하는 시간대는 오전 11시, 오후 2시, 저녁 9시다. 이 시간대에 소셜 네트워크를 보면 유독 ‘지르다’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일과 시간에는 틈틈이 딴짓을 하며 지른다면 퇴근해서 씻고 하루를 정리하는 9시부터는 본격적으로 쇼핑을 시작한다. 이 시간대에는 으레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서 돈을 버는지 회의가 들면서 인생이 억울해진다. 그래서 날 위해 뭐라도 사야겠다는 생각에 지른다. 두 번째 위기는 술 마시고 들어온 새벽 1시에 온다. 이때는 밤의 감성과 알코올의 합동 공격이 절정에 이르니 신의 강림을 막을 수 없다.”

송길영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빅 데이터 전문가다.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했는데 컴퓨터에 수북이 쌓인 언어를 보다가 ‘이 사람은 이런 걸 왜 남겼지?’ 하는 호기심이 들었고 그 의문을 좀 더 진지하게 탐색해보고자 빅 데이터 분석 전문 회사인 다음소프트를 세웠다. 벌써 17년 전 얘기다. 최근 몇 년간 그는 가장 잘나가는 연사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날렸다. 거대한 ‘광산’에서 찾은 의미 있는 정보만 정확하고 명료하게 전달하는 덕분에 기업과 기관의 강연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오는 3월 8일 개막하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도 ‘공간’을 주제로 강의한다. 그의 강연은 귀가 솔깃할 만큼 재미있다. 자신의 말대로 “그저 ‘썰’을 푸는 것이 아니라” 각종 데이터와 도표, 통계를 기반으로 설명해주기 때문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듣게 된다. 막연히 짐작하거나 상상하던 것과 다른 결과가 많아 흥미롭게 듣는 부분도 있다.

빅 데이터라고 하면 신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에나 적용하는 정보라 생각하기 쉽지만 개인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 역시 “빅 데이터를 공부하면서 착해졌다. 인생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라고 말할 정도다. 촘촘하고 거대한 함수로 이루어진 이 ‘매트릭스’가 나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일까? 그리고 이 막대한 정보가 지금 이 순간 돌고래 떼처럼 군집을 이루며 나아가는 방향은 어디일까?

빅 데이터 분석 작업이 어떤 시스템과 공정으로 이루어지는지부터 알려달라.
특정 주제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려고 할 때 채집하는 글이 100억 건 이상이다. 친구를 맺어야만 볼 수 있는 글을 제외하고 커뮤니티, 블로그, 인스타그램은 물론 뉴스와 쇼핑몰에 남긴 댓글까지 샅샅이 조사한다. 이 모든 정보를 ‘로봇’이 긁어와 산처럼 쌓아놓는다. 이후에는 정교하게 설계된 알고리즘을 통해 그 글에 담긴 ‘언어 자원’을 분석한다. 커피 문화를 해부한다고 하면 커피와 연관해서 어떤 표현이 나오는지, 자주 가는 장소는 어디고, 누구랑 마시며, 책을 보며 홀짝이는지, SNS를 하며 즐기는지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 커피라는 대상에 대한 사람들의 소비 습관이나 감정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우리가 막연히 느끼지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명료하게 알려주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빅 데이터라고 하면 나와는 상관없는, 산업이나 비즈니스에 관련한 정보로만 느껴진다.
빅 데이터는 ‘사람’에 관해 무수히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 어떨 때 화를 내고, 감동하고, 소비하는지. 이런 내용을 알면 가족이나 직장 동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배려하게 된다. 최근 6년간 블로그 글 40억 건을 분석했더니 ‘중년’이라고 생각하는 연령대는 40~50대였다. 하지만 시니어층의 커뮤니티만 따로 떼서 보니 70대를 중년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17%나 됐다. 70대가 되어도 중년이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어른들에게 ‘어르신’,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표현은 쓰지 못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종種이 함께 어울려 사는 걸 전제로 인류가 진화했다고 말한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안정과 행복을 느낀다는 거다. 인간은 두뇌를 지키려고 근육을 포기한 종이다. 초식동물은 엄마 배 속에서 나오자마자 잠시 비틀거리다 직립한다. 그리고 곧 뛰기 시작한다. 사람은 1년 가까이 엄마가 안아 키우는데 뇌가 성장하기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 시간 동안 뇌는 ‘사회적 동물’이 되기 위한 이런저런 학습을 한다. 빅 데이터를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인간 관계에 도움되는 내용이 정말 많다. 빅 데이터는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심지어 인류 평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들이 남기는 글이 본심과 다를 수 있다. 당시에는 진리라고 믿었던 것들이 시대가 변하면서 구시대적 발상으로 치부되는 경우도 있다. 빅 데이터의 근원적 한계는 없는가?
사람을 100%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이해와 분석의 렌즈를 하나 더 갖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지금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이 틀린 것일 수도 있다. 1960년대 유망 직업은 버스 안내양과 다방 DJ였다. 2000년대에는 커플 매니저가 뽑혔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럼에도 빅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이 시스템이 아니면 미처 몰랐을 것을 알 수 있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특정 이슈를 통사적으로 탐구할 수 있다는 거다. ‘롤백’이 가능해 과거의 데이터를 모조리 불러올 수 있다. <셜록홈스> 같은 책을 읽다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자네는 켄트 지방에서 온 농부구먼!” 손톱이 거칠게 닳아 있다거나 지팡이를 짚었을 때 바닥에 묻은 흙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삶을 유추하는거다. 빅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방대한 정보를 기간대별로 끊어서 보고, 현재와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지를 살필 수 있기 때문에 유의미한 변화를 찾는 데 유용하다.

빅 데이터를 돌려도 감지하기 힘든 것 중 하나가 ‘럭셔리’에 관한 것 아닐까? 럭셔리한 삶을 향유하는 이는 소수에 불과해 빅 데이터 자체가 부족할 테니까. 오랫동안 사람들의 욕망을 분석해 왔는데 ‘럭셔리’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진정한 럭셔리’라며 강조하는 브랜드는 ‘진짜’가 아니다.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는 오히려 겸손하게 다가간다. 제품을 만드는 데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지만 이를 담담히,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랭귀지 오브 푸드>란 책이 있다. 전 세계 메뉴판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는데 하이엔드 레스토랑일수록 설명이 간단하다. 명사가 많고 형용사나 부사는 거의 없다. ‘방목한 소의 두 번째 갈빗살로 만든 요리’라고 소개하는 식이다. 생산이나 창조에 들어간 공정의 복잡함이나 경제적 부담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그 결과물에 관해서만 담백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럭셔리다. 과학 저술가인 스티븐 존슨이 쓴 <원더랜드>란 책이 있는데 거기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로마 시대에는 보라색 옷이 귀족의 상징이었다. 그 색을 내려면 민달팽이를 1만 마리쯤 으깨야 했다. 그런 이유로 귀족들은 이 색깔의 옷을 입었고, 노동자층은 달팽이를 잡으려고 엄청난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이런 욕망이 인류 역사 발전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는 논지를 펼친다. 대담하고 흥미로운 주장이 많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호화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그들이 먹고, 입고, 구매하는지 낱낱이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SNS도 하지 않고…. 이를 빅 데이터의 ‘사각지대’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현대사회에서 아예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요즘 한창 ‘핫’한 빵을 키워드로 서울의 주요 지역별 SNS 내용을 사진을 중심으로 분석한 적이 있다. 홍대-상수-합정동 라인은 주로 빵 그 자체를 찍는다. 때론 속의 앙금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태원에 자주 가는 사람들은 줄 서 있는 사람들을 찍는다.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청담동이 생활권인 사람들은 빵을 들고 있는 손목이나 상체를 클로즈업해 액세서리, 의상 등이 돋보이도록 찍는다. ‘암 캔디arm candy’라 불리 는 팔찌나 시계, 반지가 은근히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건물 사진 한 장만 툭 올리는 경우도 있는데 건축물의 완성도나 미감이 특출하고 일반인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의 처마가 잡히는 경우가 있다. 흔적을 자세하게 남기진 않지만 그렇게 욕 망을 표출하는 거다. 이런 정보는 모호함이 크기 때문에 해석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빅 데이터에서 최근 자주 잡히는 키워드가 ‘카페 같은 거실’, ‘호텔 같은 방’이다. 집이 그 자체로 인기 있는 장소가 되면서 가구, 조명, 베딩 산업이 커졌다. 카페에 있는 듯 특별한 기분을 집에서 느끼고자 하는 욕망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본격적으로 빅 데이터가 향하는 곳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 몇 년간 가장 두드러지는 욕망의 변화는 무엇인가?
‘밖’에서 ‘안’으로 향하는 게 보인다. 단순히 집 밖과 안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나 스스로의 만족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 시계를 차면 누가 알아보겠지?’ 하는 사 람보다 ‘남들이 알아주는 게 무슨 상관이야. 나만 좋으면 되지!’ 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무척 건전하고 바람직한 변화다.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지점이 타인이 아닌 나의 욕망, 그 자체에 있는 셈이니까. 다만, 이 단계부터는 높은 문화적 소양이 요구된다. 인류가 남긴 역사적, 건축적, 예술적 결과물을 내가 얼마나 제대로 즐길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는 거다.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경험한 것들, 종합적 교양 등이 중요해지는데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은 이 부분이 상향 평준화되어 있다. 1990년대 초·중반, 인터넷이 범세계적으로 사용되면서 글로벌 센스와 감각을 갖춘 것이 그 배경이다. 과거 세대와 비교해 경제적으로도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는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평등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트렌드일 것이다. 그 안에 ‘기회’가 있으니까. 최근 눈에 띄는 특정 트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
이 세상에는 수만 가지의 트렌드가 있다. 전자나 자동차 등 14개 업종의 기업과 일을 하는데 각자에게 유용한 서로 다른 트렌드를 조금씩 나눠 갖고 있다. 그것들을 종합하면 큰 줄기가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가구가 아닌 개인으로 이야기하는 거다. 1980~1990년대에는 “그 동네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돼?” 하고 물으면 “50호 정도 된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 500명쯤 될걸요?” 하고 답한다. 집합이 아닌 개인으로 움직이는 거다. 옛날에는 “김씨네 둘째 아들이 힘들다더라”고 하면서 다들 걱정을 했다. 엄마나 큰형이 나서 도움을 주기도 했다. 지금은 “김영철 씨가 힘들데”라고 말한다. 가족에게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적자생존, 각자도생의 시대에는 사회구조에서 상호부조가 사라진다. 우리는 지금 역사 이래 가장 냉혹한 시대를 지나고 있다.

이번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강연 주제가 공간이라고 들었다. 공간에 관한 대중의 관심사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인터넷도,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없는 세상에 살다가 이런 것들이 생기니까 사람들이 엄청 환호하고 즐거워하고 신기해했다. 웹과 모바일에서 엄청 놀았다. 그런 즐거움이 시들해지려고 하니 VR(Virtual Reality, 가상 현실)이 나온다. 럭셔리 브랜드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이는 것도 오감을 자극하는, 종합적인 희열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그런 면에서 건축은 앞으로도 사회적 트렌드의 핵심이 될 확률이 높다.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전이 인기를 끄는 것도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파리나 로마에 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감을 깨우는 종합적 인지와 경험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공간과 관련해 빅데이터에 자주 잡히는 키워드가 세 개인데 ‘맛있다’, ‘찍다’, ‘분위기 좋다’이다. 최근 공간 사업의 주축은 요식업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백화점은 옷 파는 데였다. 지금은 먹으러 백화점에 간다. 현대백화점 판교에 가면 축구장 두 배 크기의 레스토랑이 있다. 음식은 ‘해외 직구’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인기를 끌 것이다. 먹는 문화가 ‘뜨는’ 또 하나의 배경이 있는데 북미식이 아닌 유럽식 삶을 지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북미식 라이프의 모토는 ‘더 나은 내일Better Tomorrow’이다. ‘열심히 일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을 거야’라고 이야기한다. 유럽은 반대다. ‘성공하기가 어디 쉽니? 불확실한 미래에 사로잡혀 오늘의 행복을 뒤로 미루지 마’라고 이야기한다. 이 말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미식이 하나의 커다란 흐름이 됐다. 음식의 맛은 물론 커틀러리, 식기, 인테리어에 관한 기준도 높아져 그럭저럭 괜찮은 곳은 점점 존립이 힘들어질 것이다.

언급한 세 개의 키워드 중 ‘찍다’에 가장 공감이 된다. ‘맛있다’와 ‘분위기 좋다’도 결국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한 기본 조건으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요즘 사람들은 기록을 일상적으로 남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좋아요’를 받아야 하니까. 이런 트렌드 때문에 뜨는 산업이 바로 조명 사업이다. ‘트렌드’가 뭐냐 하면 사람들의 욕망은 뜨거운데 아직 산업적 준비가 덜된 것이다. 툭 하고 건드리면 활짝 피어날 수 있는 것, 그것이 트렌드인데 조명이 그렇다. 이미 산업이 구축됐다면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니다. 때문에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산업이 아닌 사람들의 욕망을 봐야 한다.

또 하나의 키워드, ‘분위기 좋다’에 대해 빅 데이터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나.
‘분위기 좋다’에는 다양한 단어와 문장이 들어간다. ‘책이 많아 학구적이다’, ‘2층에 있어 그런지 사람이 적다’, ‘와이파이가 돼 편하다’, ‘조경이 멋지다’ 등등. 최근에는 의자에 관해 말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클린에어 존’에 대해 언급하는 이도 많다. 한 사람의 생각은 주관적이지만 무리가 들려주는 생각은 객관적인 자료가 된다. 분위기 좋은 공간을 만든다고 하면 이런 키워드에 입각해 계획을 짜야 한다. 빅 데이터를 돌리면 이런 얘기도 가능할 것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 보통 키가 175cm 정도 되니까 의자 다리 높이도 여기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 반면, “제가 컨설팅 20년 했잖아요. 저만 믿으세요” 하는 사람에게 인테리어를 맡기면 안 된다. 값싼 카페의 인테리어만 해온 사람이라면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낼 수 없지 않나. 최근 패션 트렌드를 분석해 들려주는 자리에 간 적이 있다. 에스닉한 느낌, 체크의 부활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사람들은 그걸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다. 신탁을 받는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정확한 근거와 수치, 맥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통찰은 상상이나 직관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올해 초 이케아는 리빙 트렌드를 발표하며 집들이house warming를 첫번째로 소개했다. 실제 요리하는 이들이 늘고 셀프 인테리어를 즐기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집’이 가장 인기 있는 장소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최근 빅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호텔 같은 방’, ‘카페 같은 거실’ 같은 글귀가 자주 눈에 띈다. ‘호텔 베딩’을 언급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집을 내 삶을 향유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호텔에서의 하룻밤을 기분좋은 일탈로 받아들였다가 ‘매일 이렇게 살면 안 돼?’ 하고 생각해 호텔에 들어가는 베딩 제품을 구매하는 이가 많다. 특별한 경험을 상시적으로 느끼고자 하는 욕망은 앞으로도 점점 커질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단독주택이나 협소주택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의 시대는 갔다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아파트 값은 여전히 요지부동, 고공행진 중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건 삶의 방법이 아니라 환금성에 따른 결과다. 자산의 첫 번째 요건이 환금성이다. ‘손바꿈’이 잘 일어나야만 새로운 곳으로 옮겨 갈 수 있다. 그런데 거래가 활발하려면 상품이 균일해야 한다. “너 어디 산다고 했지?” 하고 물었는데 “어 샌타모니카 쪽 단독주택에 살아. 향은 방마다 달라서 설명하기 어렵지만 풍경이 끝내줘”라고 이야기한다고 치자. 시장가격이 확실하게 나오지 않는다. 대신 “응, 노원구 ○○아파트 30평대에 살아” 하고 말하면 교환 가치가 ‘딱’ 나온다. 단독주택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건 빅 데이터상에서도 확실하게 잡히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아파트 값이 오르지 않을 거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부동산의 투자 가치도 생각해야 하고, 단독주택 건설과 연결된 정책의 복잡성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빅 데이터 연구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인생은 결국 ‘카르마’라는 사실이다. 빅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데이트는 목・금・토, 노는 날은 금・토・일, 몸살을 앓는 날은 일・월・화다. ‘불금’과 ‘불토’를 보내니까 일요일, 월요일에 몸이 아픈 거다. 인생은 뿌린 만큼 거두는 거다. 다 인과관계로 엮여 있다.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게 오늘을 잘 살면 자연스럽게 밝은 내일이 열린다. 나는 강연 준비를 열심히 한다. 그것이 내 미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를 한다고 치자. 고객이 만족하지 못할 것 같으면 팔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 실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기운이 돌고 돌아 반드시 내게 돌아온다. 빅 데이터를 공부하면서 착해졌다. ‘아, 인생이 이런 거구나’ 하고 알게 됐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7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