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개성있는 헤어스타일로 자신을 표현하는 여성

Iconic Style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얼굴, 이름, 목소리, 향기…. 여기 모인 7명의 여성은 개성 있는 헤어스타일로 자신을 표현한다. 수년째 같은 모습을 고집하다 보니 저마다의 캐릭터도 갖게 되었다. 헤어스타일 하나로 자신을 드러내는 그녀들의 이야기.

Loose S-Waves


셔츠는 럭키슈에뜨.
“앨범을 들춰보면 사진마다 앞머리가 있어요. 넓고 톡 튀어나온 이마를 감추려다 보니 평생 앞머리가 있는 상태로 지내는 것 같아요. 머리를 기르게 된 건 잡지사 어시스턴트 시절 패션팀 선배에게 ‘이렇게 남자처럼 입고 다니려면 머리는 무조건 여성스럽게 길러야 해’라는 말을 들은 후부터예요.”

매일매일 자신의 취향대로 모던하고 내추럴한 꽃을 만드는 오블리크 플라워 디자인의 플로리스트 김영신. 눈에 닿을 듯한 앞머리와 자연스럽게 흐트러트린 생머리가 1960년대의 스타일 아이콘 제인 버킨을 닮았다. 9년 전쯤 안나 윈투어를 따라 귀밑 1cm로 과감하게 커트를 한 후 단 한 번의 외도 없이 지금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중. 짧은 머리를 손질하는게 불편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정해둔 숍도 없고, 필요할 때 눈에 보이는 곳에 가서 10cm씩 층 없이 무겁게 자른다. 그마저도 1년에 한 번꼴로 들르는 것이 전부. 운동할 땐 머리를 한쪽으로 넘겨 땋고, 스타일이 지루하게 느껴질 땐 캡이나 페도라를 쓰는 수준의 변화를 즐긴다. 1년 전 투톤으로 염색을 해봤지만 그마저 실패. 커트 해보라는 말을 들을 때면 반삭이나 모히칸에 도전해볼까 하다가, ‘자르면 김영신이 아니지’ 생각하며 오늘도 머리를 툭툭 털어 말린다.


Pixie Cut


셔츠 원피스는 앤아더스토리즈. 이어링은 H.R.
“커트를 했을 때 남들보다 짧지 않으면 뻔하고 지루한 스타일이 되잖아요. 그걸 탈피하려다 보니 이만큼 짧아졌어요. 저는 커트가 전혀 두렵지 않아요. 많은 여성이 1cm 자르는 것조차 겁내고 괜찮을지 고민하는데, 한 달 있으면 기를 테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조언해요. 헤어스타일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과감하다고 볼수 있죠.”

살면서 단 한 번도 픽시 커트를 꿈꾼 적 없더라도, 주얼리 브랜드 H.R.의 박혜라 대표를 만나면 생각이 달라질지 모른다. 누가 봐도 ‘멋지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스타일의 영향도 있지만 그녀의 자신감이 더 마음을 끌기 때문. 지금의 스타일에 정착한 건 <네 멋대로 해라>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1960년대의 패션 아이콘, 진 세버 그의 영향이 크다. 작정하고 따라 한 건 아니지만, 한창 멋을 부리던 20대에 이왕 자르려면 그녀처럼 눈에 띄게 잘라보자 싶은 마음이 지금에 이르게 했다. 그렇게 짧은 머리에 입문해 픽시 커트와 귀밑 3cm 단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중. 길이가 짧은 만큼 별다른 스타일링이 필요 없다. 손으로 머리를 쓱쓱 빗어 넘겨 길을 들인 뒤 헤드밴드를 둘러 머리카락이 뜨지 않게 눌러 주는 게 전부다. 나이가 주는 제한 때문에 망설여져서 그렇지 몇 년만 어렸어도 육군 장교처럼 아주 짧게 밀고, 헤어 스크래치를 더했을 거라며 아쉬워하는 그녀. 하얗게 물을 뺀 탈색이나 뽀글뽀글한 아프로 펌은 꼭 한 번 해볼 거라는 과감한 포부에 절로 박수가 난다.


Straight Bob


원피스는 갈롱 드 블랑.
“평범한 것 말고 과감한 걸 좋아해요. 비비드한 컬러와 볼드한 실루엣의 의상을 디자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그러다 보니 헤어는 ‘단정하되 개성 있을 것!’을 콘셉트로 정하게 되었어요. 어깨 길이의 생머리를 항상 묶고 다니다 2년 전 담당 헤어 디자이너의 추천으로 일자 단발을 하며 최종 목적지로 좌표를 정했죠.“

화려한 패턴과 개성 있는 실루엣으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 갈롱 드 블랑의 대표 하현경. 그녀의 똑 떨어지는 원 렝스 커트는 자신이 만드는 의상에 최적화된 스타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색이 강하고 나염이 화려한 옷을 주로 디자인하고 촬영하다 보니 머리가 단정해야 전체적인 이미지가 차분하게 안정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돌고 돌아 지금의 모습에 정착했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나름의 헤어스타일링 룰이 존재한다. 염색을 하지 않고, 귀밑 2cm 길이를 유지하며, 2 대 8로 가르마를 나누고, 눈썹 산 위쪽에 실핀 2개를 꽂는 것. 2년 전 지인과 헤어 디자이너의 추천으로 길이를 짧게 자른 후 하나하나 변형하고 추가해가며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낸 것이다. 샴푸 후 젖은 모발에 에센스를 듬뿍 바른 다음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드라이하면 옆머리에 자연스럽게 컬이 생겨 얼굴이 갸름해 보이는 효과가 난다. 마지막엔 헤어 왁스로 잔머리만 정리하는 것이 스타일링 노하우. 앞머리를 내려보기도 했지만 결국 옆으로 넘기게 되길래 모자를 쓰거나, 화려한 핀을 꽂거나, 볼드한 이어링을 하는 방식으로 색다르게 연출한다. 그녀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세련된 감각과 변화를 즐기는 성향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자양분이 됨을 느낀다.


Soft C-Curl


블라우스는 본인 소장품.
“인생의 절반 이상을 단발로 지냈어요. 지금의 뱅 스타일을 찾아낸 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났죠.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듣고, 관리가 편하다는 게 지금의 스타일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예요. 친근한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 역시 홍보 담당자에게 장점이자 무기로 작용하죠.”

뷰티 브랜드의 홍보 담당자로 20여 년을 보낸 김인애를 아는 사람은 그녀의 얼굴을 모두 같은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얼굴 외곽을 감싸며 내려오는 짧고 둥근 단발 스타일. 한마디만 나눠보면 지금의 뱅 헤어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단번에 알아차릴 정도로, 차분한 말투와 우아한 몸짓이 뿜어내는 오라가 부드럽게 떨어지는 머리칼에 배어 있다. 그야말로 머리 모양과 성격, 메이크업, 심지어 패션까지 모든 것이 혼연일체를 이룬다. 일명 ‘단발 유발자’로 통하는 그녀의 스타일은 C컬 디지털 펌으로 완성한 것. 목이 훤히 드러나는 길이가 얼굴과 목선을 늘씬해 보이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잦은 퍼머와 염색으로 인해 머리카락이 상하는 것을 막기위해 젖은 상태에서 헤어 오일을 듬뿍 바르고 찬 바람으로 천천히 말리는 것이 셀프 스타일링 비법. 종종 과감하게 변신하고 싶은 유혹이 들지만,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누군가 ‘지금의 스타일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말을 건네오는 걸 보면 ‘운명이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을 접게 된다.



러플 블라우스는 앳코너. 랩 스타일의 원피스는 이자벨 마랑 에뚜왈. 뱅글은 빈티지 헐리우드.

(왼쪽) Short Bang Cut

“패션 에디터로 일하면서 내 자신이 좀 더 개성 있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모델처럼 키가 크거나 얼굴이 예쁘지 않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매력으로 ‘독특함’을 택했죠.”

패션 에디터 출신으로 키즈 웨어 브랜드 엘오브이이의 공동 대표인 김신애는 자로 잰 듯한 뱅 단발을 7년째 고수하고 있다. 가슴에 닿는 생머리에 염색도 하지 않았을 땐 뚜렷한 개성이 없었지만,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180도 달라졌다. <마녀 배달부 키키>나 <마루코는 아홉살>의 여주인공을 닮았다는 말을 종종 듣고, 한 번 마주친 사람조차 만화 캐릭터로 오래 기 억한다. 머리 길이는 항상 턱선보다 짧게! 셔츠 깃에 머리카락이 닿거나 손으로 잡았을 때 묶이는 것이 싫어 한 달에 한 번씩 커트를 한다. 인내심을 갖고 길러본 적도 있지만, 세 달을 넘기지 못했다. 이 정도면 아마 평생 단발로 살지 않을까? 굉장히 매력적인 할머니가 될 것 같단 기대와 함께!


(오른쪽) Beachy Waves

“고등학교 때까지 두발 규제가 무척 엄격했어요. ‘졸업하면 평생 길러야지’ 맘먹었을 정도로요. 그래서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긴 머리를 유지하고 있죠. 퍼머요? 해본 적 없어요. 태생이 곱슬인 걸요.”

패션 에디터 출신의 엘오브이이 공동 대표 정진아. 그녀의 SNS엔 “무슨 퍼머를 한 거예요?”라는 질문이 “어디서 구입한 옷이에요?”만큼 많다. 대답은 늘 “원래 곱슬머리예요.” 짧은 머리 손질에 재주가 없어 마냥 길렀고, 스트레이트 퍼머를 해도 며칠 가지 않아 생머리를 포기했을 뿐인데 지금의 모습이 시그너처가 되었다. 누구는 곱슬머리가 콤플렉스라 하지만 습도에 따라 컬의 굵기가 자유롭게 변하는 것을 즐기고, 햇빛에 상한 머릿결을 되려 부스스하게 살린다. 결론은 타고난 곱슬이 정진아식 헤어스타일을 완성한다는 것! 이렇게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라푼젤’이 떠오르는 건 나뿐일까?


Windswept Cut


원피스는 마시모두띠. 재킷은 에스까다.
“단 한 번도 머리를 길러본 적 없는 쇼트 헤어 예찬론자예요. 긴 머리 자체를 상상해보지 않았죠. 쇼트 헤어라는 콘셉트 하에 다양한 커트를 해봤지만, 최종 정착지는 지금의 헤어스타일이 될 것 같아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마케팅 &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이승민은 헤어스타일에 확고한 신념이 있다. 염색을 하지 않는다, 가르마를 정확하게 타지 않는다, 드라이어로 스타일링을 하지 않는다, 왁스만 사용한다 같은 것. 누구의 권유 때문이 아니라 워낙 보이시하고 아방가르드한 패션을 추구하다 보니 헤어스타일도 심플하게 맞춰졌다. ‘이승민은 태생이 머리가 자라지 않는 건지 모른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단 한 번도 머리카락이 어깨선에 닿아본 적이 없다. 심지어 결혼식 때도 웨딩드레스에 쇼트 헤어를 고집했을 정도. 짧은 머리 때문에 생긴 고정관념도 있지만, 캐릭터로 자리 잡은 데 이점이 더 많다.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가득한 업계에서 독특한 헤어 스타일은 명함을 대신하기도 하고, ‘스타일을 바꿔볼까’ 하며 때마다 고민할 필요도 없으니까. 패션과 뷰티는 교집합을 갖기 마련! 보이시한 차림에 쇼트 헤어를 한 그녀는 잡티 없이 깨끗하게 정돈된 피부와 MLBB같은 내추럴 립을 매치하길 즐긴다. 사진에서 보여주고 있는 지금 이 모습처럼.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7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