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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창고의 의미있는 변화

예술이 깃든 창고, 갤러리 컬럼

공장 부자재를 보관했던 창고가 문화 공간으로 변신했다. 회색 벽에는 젊은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그림이 걸렸고, 철골이 그대로 드러난 천장 아래는 독특한 설치 작품이 들어섰다. 삭막한 공장 지대였던 성수동의 과거를 대변해온 대림창고의 의미 있는 변화, 갤러리 컬럼을 소개한다.

성수동은 한국의 산업화 시대를 증명하는 공장 지대였다. 오래된 구두 공장과 기름때 묻은 자동차 정비소가 전부였던 거리에 카페와 공방, 작은 가게들이 들어선 것은 불과 1~2년 사이의 일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대림창고가 있었다. 1970년대 초 정미소로 사용됐고, 1990년부터는 공장 부자재를 보관하는 창고로 쓰인 공간이다. 특별한 장소를 찾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호기심이 낡고 텅 빈 창고에 머물면서 지난해, 이곳에서는 매일같이 패션쇼, 자동차 론칭 행사, 전시회, 공연 등이 열렸다.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이끄는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면서 주변 상권도 활기를 찾았다.

다목적 문화 공간으로 사용되며 성수동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대림창고가 또 한 번 진화했다. 지난 5월, 각종 전시와 이벤트를 개최해온 아담한 공간 옆, 약 660m2 크기의 3층 규모 공간에 갤러리 컬럼CO:LUMN이 들어선 것. 탁 트인 공간과 높은 층고를 그대로 활용해 나무 테이블과 철제의자를 배치하고, 설치 작품과 회화, 공예품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곳곳에 전시했다. 한쪽에는 나무와 각종 식물이 자라는 미니 가든도 들였다. 사람들은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붉은 벽돌과 천장을 지지하는 투박한 철제 사이에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보며, 작품을 감상한다. 그야말로 오래된 창고의 의미 있는 변신이다.

1 대림창고 갤러리 컬럼의 전경. 2 창고 건물의 골격을 그대로 활용한 공간 디자인이 돋보인다. 3 자체 개발한 고르곤촐라 피자와 샐러드, 최고의 원두를 로스팅해 내리는 커피로 차린 한 상. 4 오래된 창고를 예술로 채운 갤러리 컬럼의 공간 디자이너이자 대표 홍동희. 5 외부에서 본 대림창고. 
커피와 음식,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
대림창고 갤러리 컬럼은 건축·공간 디자이너이자 나무로 가구와 조명을 만드는 작가 홍동희가 완성한 ‘작품’이다. 6개월 전, 성수동에 들렀다가 우연히 대림창고를 발견한 그는 오랜 바람을 구현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것을 직감했다. “근대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충분한 건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바로 옆 땅까지 들어선 고층 빌딩을 보며 시간이 지나면 이 건물도 허물어지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게 될 것이라는 일종의 위기감이 느껴졌어요. 이곳에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자는 결심이 서더군요. 중견 작가로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왔는데, 이 공간 덕분에 생각을 많이 정리할 수 있었어요. 일반인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고,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해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대림창고의 소유주인 정성윤 대표님의 도움이 컸어요. 흔쾌히 공간을 내어주신 덕분에 마음껏 작업할 수 있었거든요.”

결정 후부터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기존 건물의 고유한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면서 테이블과 의자, 설치 작품 등이 마치 원래 있었던 것처럼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디자인했고, 푸른 식물이 주는 호사를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실내에 작은 정원도 들였다. 나뭇결을 고스란히 살린 테이블과 의자는 100% 홍동희 대표가 직접 작업한 작품들로 채웠다. 카운터 위에는 새집처럼 나무를 엮어 만든 그의 시그너처 조명도 달았다. 공사 기간은 총 3개월 반이 걸렸다. “우리 모두는 자의든 타의든 네모난 공간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탁 트인 공간에 대한 욕구가 늘 존재하죠. 이 점에 주목해 하늘을 열고, 숲을 만들었습니다. 높은 층고를 그대로 살리고, 내벽을 최소화해 내부지만 외부에 있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 했지요. 여기에 문화와 예술을 더해 ‘어른들을 위한 한 편의 동화’ 같은 공간을 완성했습니다.”

갤러리이면서 카페인 만큼 커피와 음식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바리스타와 셰프가 상주하며 메뉴 개발과 음식의 품질 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 커피는 코스타리카, 브라질에서 공수한 최고 등급의 원두를 로스팅해 제조하며, 이탈리아 음식을 기반으로 직접 개발한 파스타와 피자, 샐러드 메뉴를 준비했다. 대표 메뉴는 스텔라 피자. 별 모양의 도dogh 속에 크림치즈를 넣고, 매콤하게 볶은 새우와 파프리카를 얹어 담백한 맛을 완성했다. 오후에는 대동강 등 수제맥주, 칼스버그・에딩거 같은 생맥주와 함께 한식 불고기를 변주한 토르티야, 손으로 찢은 닭가슴살을 얹은 케사디야 등도 맛볼 수 있다. 메뉴의 기본 콘셉트는 소박하면서 편안한 가정식. 투박하면서도 편안한 공간과 잘 어우러지는 음식들을 만날 수 있다. 

대림창고 갤러리 컬럼은 오픈과 동시에 SNS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문 연 지 한 달이 채 안 됐지만, 주말이면 2000여 명이 찾아올 만큼 인기다. 하지만 현재 이곳은 여전히 가오픈 중이다. 공사가 마무리된 곳은 탁 트인 공간의 미를 살린 1층뿐이고, 좀 더 독립적이고 안락한 2층과 정원이 있는 옥상은 지금도 한창 다듬어가고 있다. 정식 오픈일은 미정. 홍동희 대표는 “완성에 마침표를 찍기보다는 조금씩 변화하고 꾸준히 진화하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1 양정욱 작가의 설치 작품과 홍동희 대표의 원목 테이블을 만날 수 있는 갤러리 공간. 2 탁 트인 카페 곳곳에 다양한 설치 작품을 배치했다 . 3 실내 한쪽은 초록 나무와 각종 식물을 심어 미니 가든으로 꾸몄다.
숨어 있는 작품을 꺼내 세상과 소통하다
얼핏 보기에는 그저 멋진 카페처럼 보이지만, 대림창고 갤러리 컬럼의 역할은 커피와 음식을 판매하는 것 외에도 다양하다. 특히 아티스트를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데,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해 전시하고 판매하는 것은 물론 지원과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파인 아트를 전공한 후 건축과 공간 작업을 하면서 마음속에는 늘 예술가 작업에 대한 간절함이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현실과 타협하며 다양한 작업을 해왔지만, 여전히 그림 속에서 꿈을 찾고 있는 무명 작가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들의 작품을 끄집어내 세상과 소통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시작으로 보석 같은 작품을 하나둘 찾아내 갤러리 컬럼에 전시했죠. 전혀 모르는 작가들만 있으면 손님들이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으니 유명 작가 30%, 무명 작가 70% 비율로 컬렉션을 구성했어요. 대신 작품이 판매될 경우 수익률에 차등을 둬서, 무명 작가에게는 수익의 70%를 주고 유명 작가는 다른 갤러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우합니다.” 홍동희 대표의 설명이다.

갤러리 컬럼은 파인 아트 작가뿐 아니라 디자이너, 음악가, 문학가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한 장르에만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예술가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 공간의 모토이기 때문이다. 작품 선정은 오로지 홍동희 대표의 직관에 따르는데, 더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접하기 위해 상시로 포트폴리오를 접수받고 있다.

갤러리 컬럼에서 현재 전시 중인 작품은 약 20여 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휘어지고 꺾어진 나무와 금속을 이어 붙여 완성한 양정욱 작가의 거대 설치 작품이다. 내부 곳곳에는 이상권의 ‘도시생활’과 ‘와라, 제발!’, 유송의 ‘It’s Violet’, 최준근의 ‘바다’, 안형준의 ‘경계에서’, 최영욱의 ‘KARMA’, 박용일의 ‘He-story’ 등 낯익은 그림부터 참신한 개성이 돋보이는 드로잉까지 다양한 작품이 걸려 있다. “‘북아현동 뉴타운 개발지구’와 ‘이번 정류장’을 그린 최호철은 대학교수로 일하면서 그림을 그리지 않다가 이번 전시를 위해 15년 만에 다시 붓을 들었어요. 자세히 보면 세밀한 그림 속에 인생의 희로애락과 휴머니즘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한 폭의 그림에 이토록 세세하게 삶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낼 수 있는 작가는 드물 거예요. 이런 작가들을 발굴해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4 갤러리 컬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양정욱 작가의 대형 설치 작품. 5 노출 콘크리트 벽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최근준 작가의 미니멀한 작품. 6 넓은 공간을 채우고 있는 각종 테이블과 의자 역시 홍동희 대표의 작품이다.
문화 플랫폼으로의 도약
홍동희 대표는 갤러리 컬럼을 통해 ‘성수동의 새로운 문화 벨트’를 내다본다. 상시 전시뿐 아니라 시즌별로 지역에 특화된 주제를 정해 기획전을 열고 무용, 연극, 음악 콘서트, 낭독회 등 각종 공연과 플리마켓 등의 이벤트도 선보일 예정이다. 6월 15일부터는 구두 공장으로 유명한 성수동의 특징에 주목해 주변에서 작은 공방을 운영하는 슈즈 디자이너들을 한 명씩 릴레이 형태로 소개하는 <슈즈전>을 시작했다.

기존 작품을 전시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선정 작가들의 작업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갤러리 컬럼만을 위한 새로운 작품도 준비하고 있다. 선정 작가에게는 대형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공간은 물론, 최상의 재료와 도움을 줄 스태프까지 제공한다. 대표적인 작가가 양정욱, 최호철이다. “양정욱 작가는 나무와 금속의 질감을 살린 대형 설치 작품을 제작합니다. 쉽게 부서지거나 부식하는 것이 아쉬워서 200년 지나도 썩지 않는 나무와 내구성 강한 스테인리스, 구리 등의 금속을 지원하기로 했어요. 내년 3월에 파리로 돌아가기 전까지 우리와 10점의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새로운 작품은 갤러리 컬럼을 통해 소개하고요.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수동의 역사를 간직한 건물에 자리 잡은 만큼, 이 지역과 잘 어우러지면서 현재의 문화와 예술을 접목한 의미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김수진 기자 사진 이경옥, 이창화 기자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6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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