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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

시골에서 진행 중인 조용한 혁명

‘공생의 자본주의를 향한 의미있는 실험’. 와타나베 이타루 씨가 하는 일에 관해 일본 언론이 내린 평가다. 끝없는 욕망과 경쟁으로 점철된 자본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상생과 만족을 주는 새로운 생태계를 실험하는 것. 무대는 시골 마을이고 수단은 ‘빵’이다. 작지만 진짜인 삶을 택한 한 남자의 인생 2막 이야기, 그리고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위한 아이디어.


와타나베 이타루 남의 눈에 괜찮은 삶이 아닌 나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택한 남자.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빵을 굽는다. 일본 돗토리 현의 작은 마을 지즈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등대 삼아 지역 주민과 자원이 활발하게 순환하는 법을 실험하고 있다. 2008년 회사에서 만난 아내 마리와 함께 빵집 ‘다루마리’를 연 후 지역을 옮겨가며 운영 중이다. 지바 대학 원예학부 원예경제학과에서 공부했으며 ‘유기농업과 지역통화’라는 주제로 졸업 논문을 쓸 만큼 지역 경제에 관심이 많다. 홈페이지(talmary.com)를 통해 그의 일상과 실험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에 이상한 빵 가게 주인이 있다. 와타나베 이타루渡邊格 씨. 오카야마현 북쪽의 작은 마을 가쓰야마勝山에서 빵집을 운영하다 최근 돗토리현의 지즈智頭라는, 역시 궁벽한 시골 마을로 가게를 옮긴 그의 일은 ‘팔면 팔수록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빵’을 만드는 것이다. 모든 사업의 목표는 이윤 추구이거늘 그는 돈에 별 관심이 없다. 아니, 경계한다. 자본주의와 화폐가 만들어내는 과잉생산과 소비의 시스템에 갇히지 않기 위해 딱 필요한 만큼만 벌고 과다한 이익은 좇지 않는다. 이런 삶의 지침서가 된 것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분석하고 내적 모순에 관해 일갈한 불멸의 고전. 그렇다고 그가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이 생산 설비를 가진 자본가에 종속된 삶을 살고, 그 시스템에서 나가떨어지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노동력을 파는 시스템의 문제를 직시할 뿐이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고도로 정교하게 짜인 국가 시스템에도 개인이 자유로운 삶을 위해 파고들 수 있는 ‘틈’은 반드시 있다고 했는데, 이타루 씨는 그 틈을 향해 온몸을 밀어 넣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스스로 뛰쳐나온 그는 제빵 기술을 배워 빵 가게를 차렸다. 생산수단을 갖는 것이 자립의 조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연 빵을 사 먹는 사람들이 있기나 할까 싶은 시골 마을에서의 일상은 단조롭지만 치열하다. 천연 효모만 사용한 건강한 빵을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실험을 하고, 무비료・무농약으로 밀을 재배하는 농부들에게 제값을 주고 재료를 구매한다. 공정한 방법으로 상품을 만들고, 서로 도우며 이익도 창출하는 선순환의 생태계!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이 일련의 과정과 도전을 담은 책이다. “작지만 진짜인 일을 하고 싶었다”며 담담하고 차분하게 풀어내려간 글은 많은 이에게 공감을 얻으며 일본에서 2만 부, 한국에서 3만 부가 팔렸다. 최근 한국을 찾은 이타루 씨는 “내 책이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리는 이유가 정말로 궁금하다. 한국에도 ‘진짜 인생’을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첫 출간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많은 것이 달라졌을 텐데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무엇인가?
책을 통해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분이 많아져 돗토리 현으로 이사를 갈 때 지역 주민들에게 환대를 받았다. 덕분에 더 편하게 지역사회에 녹아들 수 있었다. 인터뷰나 강연 등으로 시간을 많이 뺐기다 보니 애초 계획만큼 지역사회를 위한 일을 많이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다.

돗토리 현은 일본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곳 중 하나다. 또다시 깊은 산중으로 거처를 옮긴 이유가 무엇인가?
지바에서 오카야마 현으로 이사를 갈 때 큰 제분기를 놓고 싶었는데 공간이 좁아 작은 제품으로 대체해야 했다. 때마침 그 제분기가 고장이 났고 이참에 제분기도 더 큰 것으로 바꾸고 평소 생각했던 맥주도 만들면서 또 다른 실험을 하고 싶었다. 천연 효모를 얻기 위해서는 물과 공기가 깨끗해야 해 시골을 택할 수밖에 없다. 돗토리 현 지즈는 이런 조건에 완벽히 부합하는 곳으로 자연환경이 깨끗하고 청정하다. ‘숲 유치원’이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따로 유치원 건물이 없어 이곳에 다니는 아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숲으로 등원한다. 그곳에서 놀이를 하고 밥을 먹는다. 나뭇가지와 돌로 이런저런 장난감도 만든다. 그런 일상이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았다. 새로 이사 간 이곳에서는 빵집과 커피숍, 수제 맥주 가게를 함께 운영한다.


‘첫 빵’인 건포도 효모 시골빵이 완성되는 시간은 오전 7시 
빵 만들기를 향한 열정이 뜨거운 것으로 아는데, 맥주로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람과 자원은 물론 사용하는 기계와 재료로도 최대치의 순환을 이루고 싶은 생각이 있다. 맥주를 만들다 보면 약 20%의 ‘효모 사체’가 기계 아래쪽에 가라앉는다. 이걸 이용해 빵과 피자를 만든다. 이전에도 맥주 효모를 이용해 빵을 만들었기 때문에 언젠가 맥주 자체를 제조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설비가 늘어나면 이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소득을 올려야 한다. 결국 그렇게 벗어나려 했던 자본주의 시스템에 다시 가까워지는 것 아닌가?
빵 가게만 할 때는 오직 빵을 팔아 나오는 수입만으로 직원들 월급을 주고, 시설도 확충했다. 그 때문에 빵을 많이 팔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장인정신을 갖고 일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더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빵이 조금 덜 팔리더라도 맥주가 있고, 맥주 사업이 안되면 또 카페에서 손실을 충당한다. 마음 편하게 ‘빵 실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소규모로 사업을 꾸려가면서 늘 안타까웠던 것이 사람을 키우는 일이었다. 도제식으로 엄격하게 가르치다 보니 다 견디지 못하고 나가더라.

사업의 카테고리가 다양해지면 이 부분에서도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제대로 빵을 만들고 싶다면 ‘빵집’을 택하면 되고, 맥주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양조장에서 일하면 된다. 지금 중점을 두는 부분은 카페와 크래프트 비어, 베이커리 사업 간 최적의 비율을 찾는 것이다. 하루에 몇 명이, 몇 시간 동안, 어떻게 일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서 하면 손익분기점이 나오는지 매일매일 살펴보고 있다. 그 수준에만 도달하면 더 이상 일의 양을 늘리지 않을 것이다.

돈을 더 많이 벌어 해외여행도 가고 최고급 레스토랑에도 가면 좋지 않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운영하는 작은 가게를 최대한 오래 존속시키는 것이다.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과다한 수익을 좇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건비, 급료, 재투자, 시설비, 최소한의 적금 등을 제외한 초과 이익을 남기지 않겠다는 거다. 우리는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좋은 자동차를 타는 것에 욕망이 없다. 값비싼 보석도 사지 않으며, 해외여행을 가는 데도 별 관심이 없다. 대신 훌륭한 설비와 기계, 건강한 식재료, 지역 주민과의 협업과 상생에 많은 신경을 쓴다.

나 혼자의 삶을 꾸리기도 바쁜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그렇게 큰 의미와 가치를 두는 이유가 무엇인가?
돈과 자원도 흐르지 않으면 부패한다. 활발하게 순환이 일어나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결과적으로 그 생태계 안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우리도 더 오래 존속할수 있다. 새롭게 둥지를 튼 가게 뒤편으로는 야트막한 산이 있다. 숲에 애정을 갖고 관리하는 동네 임업업자에게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나무를 얻는다. 그리고 그 나무로 화덕에서 피자를 굽는다. 일거리가 생긴 임업업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더 신경 써 산을 관리하면 지금처럼 깨끗한 물을 계속해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물로 맥주도 만들기 때문에 수질을 잘 관리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밀가루 역시 마찬가지다. 유기농업으로 힘들게 농사를 짓는 분들에게 제값을 주고 구입하는데 이분들이 무농약 농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비교적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 이런 순환이 곳곳에서 기분 좋고 활발하게 일어나면 마을 전체가 활기를 띨 것이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내가 속한 지역이 잘되지 않으면 나의 삶도 지속하기 힘들어진다.


갓 구운 빵을 판매대에 가지런히 진열하는 것도 이타루 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 중 하나다 
도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것과 시골에서 하는 것은 여러모로 다른 점이 많다. 자원과 화폐의 순환 이외에 또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도시 경제’에서는 경쟁이 치열하다.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돈을 쟁여놓으려는 습성이 있다. 사업가는 계속해서 자금을 축적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삶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이 악순환이 끝없이 반복 된다. 시골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용을 쌓는 일이다. 재료값이 비싸더라도 기꺼이 구매를 하고, 그 재료를 이용해 정직하게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스태프들과도 적절하게 성과를 나눠야 한다. 이 중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신용을 잃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윤을 많이 남기지 않는 이런 방식이 불안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두렵지 않다. 오히려 더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전 지구촌이 저성장 시대에 들어선 시점에서는 어떻게 하면 큰돈을 벌까 연구하는 대신 적게 벌면서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초과이윤을 남기지 않는다지만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소사업장의 경우 운영자가 재무 업무까지 독점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모든 비용과 손익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가?
감가상각비, 임대료 등 손익 구조 항목에 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장부를 보면 매출에만 눈길이 간다.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일인데 오히려 불만만 키울 수 있다. 진심으로 회계를 알고 싶어 하고 독립을 준비하는 이에게는 기꺼이 내역을 공개한다. 사업장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회계 지식을 갖추는 것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는 스태프 중 작은 가게 오픈을 준비하는 부부가 있다. 그들에게 언제라도 회계 장부를 볼 수 있으니 편하게 이야기해달라고 일러두었다.

죽세공 장인이 만든 대소쿠리에 천연 누룩균을 배양하는 등 오카야마에 있을 때부터 천연 효모를 얻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지금 채취를 위해 애쓰는 균은 어떤 것인가?
내게 가장 중요한 효모는 역시 누룩균이다. 고택에서 서식하는 균으로, 큰 소쿠리에 찐 쌀을 펼친 후 매번 같은 장소에 두면 그 주위에 서식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얻은 누룩균으로 일본 전통 방식의 주종 빵을 만들기 때문에 늘 신경을 쓴다. 돗토리 현으로 이사를 오면서 가장 많은 신경을 쓴 것 역시 누룩균 채취였다. 폐교를 개조한 곳이라 혹시라도 누룩균이 ‘내려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어렵지 않게 채취할 수 있었다. 뒷산에서 늘 맑은 물이 흐르고, 인구도 적어 공기가 깨끗한 것이 그 배경인 것 같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읽으며 가장 궁금했던 것이 이타루 씨가 만드는 빵의 맛이었다. 몸에 좋을지언정 그다지 맛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1내 책을 출간한 일본 고단샤講談社 출판사의 담당자 말에 따르면 우리 빵이 ‘뺄셈의 빵’이란다. 설탕, 버터, 우유, 달걀을 넣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물과 밀가루, 천연 균과 효모를 사용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효모는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통제한 상태에서 만든 것이라 실패할 확률이 없다. 늘 한결같은 맛을 낸다. 하지만 천연 효모는 다르다. 저마다 개성이 넘쳐 다른 재료와 만났을 때 어떤 조화를 이뤄낼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한마디로 ‘훈련’이 되지 않은 것들이다. 맛이 없을 수도,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버터를 사용하지 않아 부드럽지도 않다. 하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맛과 식감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남다른 깊이가 느껴진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속이 편안하단 얘기를 자주 듣는다.


왼쪽부터 아들 히카루, 이타루 씨, 딸 모코, 아내 마리 
<자본론>을 잘못 읽으면 자본주의의 모순과 한계에만 집중해 부정적으로 바라볼 위험이 있다. 이 책을 어떤 관점으로 읽으면 좋을까?
본인이 <자본론>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자본론>을 읽지 않아도 다들 어느 정도 절망감을 안고 살지 않나? 고도 경제성장기 때는 자본주의를 좋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욕망대로 사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은 상황이 180° 달라졌다. 젊은 세대는 취업이 안 돼 절망하고, 중년은 언제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을지 불안해한다. 노년층도 미래가 불안정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이 진실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내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국가 체제나 사회 시스템이 아니다. 나 자신이다. 둘째가 8개월 때부터 기저귀를 쓰지 않았다. 일종의 민간요법으로 아이 표정과 행동을 유심히 살펴 ‘신호’를 캐치한 후 훈련을 하고 습관을 들였다. 대부분의 사람은 습관적으로 기저귀를 산다. 아이가 다섯 살 때까지 기저귀를 채우는 가정도 있다. 기저귀뿐인가? 수많은 일상재가 그런 과정으로 소비되고, 기업과 자본주의 시스템이 돌아간다. 이 거대한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이 두려울 수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거다. 자본주의가 지금처럼 고도화하기 전, 과학이 지금처럼 발전하기 전에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옛날 사람들이 그랬듯 불편을 조금 감수하고 지혜를 발휘하며 사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신념과 원칙은 별것 아닌 일로 허무하게 무너지기도 한다. 내면이 무척 단단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고민에 휩싸이거나 흔들린 적은 없나?
2011년, 지바에서 처음 빵집을 열었을 때 동네 분들이 시골까지 내려와 비싼 빵을 판다고 엄청나게 비난했다. 좋은 재료를 쓰고, 농부에게도 제값을 지불하면서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파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답을 찾기 위해 <자본론>을 더 깊이 파고들었고, 그런 지난한 시간을 거치면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가 나올 수 있었다. 먹을거리가 싸진다는 건 일견 좋은 얘기 같지만 기업가의 배만 불리는 것이다. 농부에게도, 노동자에게도 그만큼 값싼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처음 빵의 가격을 정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은 사람만 소비자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많았다. 기우였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원하는 젊은이도 우리 빵을 많이 찾았다. 사람들의 가치관이 정말 다양하고, 제품만 좋으면 찾아주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는 걸 알게돼 진심으로 기뻤다. 먹을거리를 까다롭게 선택하다 보면 재료의 출처와 성분은 물론 유통과 이윤 추구를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시스템까지 보인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 정성 들여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도 감사하게 된다. 그런 배려가 지속 가능한 삶을 가능하게 한다. 더 오랫동안, 최대한 많은 사람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 이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있을까 싶다.

부모가 되면 현실 앞에 비겁해지기도 한다. 자식이 원하는 걸 다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능력 있는 아빠’가 되고 싶진 않나?
호화로운 여행을 다니고, 좋은 물건을 쓴다고 내면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다. 뭔가를 익히면서 깊이 몰입할 때,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거쳐 마침내 꿈을 이루거나 해결점을 찾았을 때 성장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내 삶의 방식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 대학을 가는 것도, 여행을 하는 것도 본인들이 직접 판단할 일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담담하게 인생을 살면서 ‘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백 마디 말보다 그 뒷모습이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줄 것이다. 강연을 갈 때도 될 수 있으면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도 느끼는 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야 할 텐데, 풍족한 삶을 살아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나 초조함은 없다.

이타루 씨가 생각하는 진정 럭셔리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일, 생활, 교육, 놀이, 취미가 하나되는 삶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이용해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기 때문에 각각의 단계에서 모두 소비가 일어난다. 일이 취미이자 휴식, 놀이가 된다면 이보다 경제적이고 즐거운 것이 없을 것이다. 물론 일은 놀이가 아니기 때문에 힘들고 짜증 나며 고통스러울 때가 많겠지만 그런 순간이 있기 때문에 즐거움과 쾌락도 동반되는 것이다. 온전한 나의 시간을 가능한 한 많이 되찾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삶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5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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