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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세 명의 예술가와 세 편의 영화, 세 권의 책

건축, 현대미술, 디자인 분야에 ‘한 획’을 그은 거장 3인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세 편이 개봉했다. 작품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이타미 준, 데이비드 호크니, 디터 람스의 작업 철학과 인간적인 면모를 두루 만나게 해줄 세 편의 영화, 그리고 그들을 소개하는 세 권의 책.

<이타미 준의 바다>









자연과 시간의 ‘결’이 깃든 건축을 추구했던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伊丹潤. 한국과 일본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도자기를 빚는 도공의 자세로 사람과 자연이 소통하는 수많은 건물을 남겼다. 드라마틱한 제주 하늘의 움직임과 빛, 구름의 흐름을 건물에 담아낸 ‘방주교회’, 제주의 오름과 민가의 오밀조밀한 모습을 닮은 포도 형상으로 설계한 ‘포도호텔’, 충청도의 낮은 돌담과 ‘ㅁ’자형 한옥에서 영감을 받아 전통 방식으로 지은 ‘온양미술관’ 등이 그의 대표작. 일본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지만 ‘유동룡’이라는 한국 이름 세 글자를 가슴에 간직한 채 평생 한국 국적을 유지하며 이방인의 삶을 살았던 그는 숱한 차별과 역경 속에서도 오직 작품만으로 스스로를 증명하고자 했다. 그 결과 생존하는 아시아인 최초로 프랑스 국립 기메 박물관에서 전시를 개최했고, 프랑스 문화 예술 훈장 슈발리에, 일본 무라노 도고 건축상, 한국 김수근 문화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이타미 준의 바다>는 경계인의 삶을 살며 사람의 온기가 담긴 집을 지은 이타미 준의 삶과 작품을 조명한 건축 다큐멘터리다. 2012년 설립한 건축 전문 영화 영상 제작사 기린그림의 정다운 감독과 김종신 프로듀서가 8년 동안 공들여 제작했다. 중앙대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건축과 영상’을 공부한 정다운 감독은 감각적이면서도 따뜻한 앵글로 이타미 준의 시간과 작품을 따라간다. 여기에 배우 유지태의 내레이션과 뮤지션 양방언, 최백호의 음악이 더해져 영화의 완성도를 더한다. 이타미 준의 큰딸이자 ‘이타미 준 건축문화재단’을 이끌고 있는 유이화 이사장은 시사회에서 “건축가이자 예술가로서 한 시대를 뜨겁고 치열하게 살았던 이타미 준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돌과 바람의 조형, 이타미 준 - 손의 흔적> 이타미 준의 건축 작품과 드로잉, 스케치, 에세이를 그의 딸이자 건축가 유이화 소장이 모아 작품집으로 엮어낸 책. 점과 선의 중첩 너머로 감각을 일깨우는 드로잉과 스케치, 돌과 바람과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두근대는 건축가의 마음이 담긴 글이 빼곡히 실려 있다. 도서출판 미세움.


<호크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약 4개월간 열린 대규모 회고전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를 다시 한번 만날 기회가 생겼다. 영화 <호크니>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인 아티스트’, ‘현대미술계의 살아 있는 전설’ 등으로 불리는 호크니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은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를 사진과 영상,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자료, 그 자신과 가족, 지인 등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보다 입체적이고 심층적으로 만날 수 있다. 브래드퍼드 대학교와 영국 왕립미술학교를 다닐 때부터 주목받았던 호크니는 이후 회화는 물론 사진, 판화, 무대미술, 잡지 디자인, 영화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며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반열에 올랐다. 지금도 여전히 매일 그림을 그려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아이패드 드로잉이나 대형 포토 콜라주 작업 같은 새로운 시도에 거침이 없는 그의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이 되고 있다.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는 ‘더 큰 첨벙’, ‘예술가의 초상’, ‘나의 부모님’,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와 돈 바차디’ 등 호크니의 대표작을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는 것. 제작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작품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금발에 동그란 뿔테 안경을 낀 젊은 시절의 호크니를 마주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남다르게 보고, 남다르게 생각하라!See differently, Think differently!’라는 호크니의 이야기가 오랜 잔상을 남긴다.



<다시, 그림이다> 영국의 저명한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Martin Gayford가 10년에 걸쳐 데이비드 호크니와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기록한 책. 시각적인 것들이 제공하는 즐거움, 예술과 창조력의 본질에 관한 심도 깊은 이야기부터 호크니가 머물렀던 캘리포니아와 요크셔의 대조적인 풍경 이야기, 그와 교류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빌리 와일더 같은 재능 있는 동시대 아티스트의 이야기 등 예술사 전반을 넘나드는 다양한 이야기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디자인하우스.


<디터 람스>







20세기 산업디자인의 역사를 바꾼 것으로 평가되는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 애플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가 “애플 디자인의 영감의 원천이자, 나의 롤 모델”이라 언급하고, 무인양품의 후카사와 나오토가 “이보다 더 완벽한 디자인은 없을 것”이라며 극찬한 그의 작업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상영 중이다. ‘적지만 더 나은Less, but Better’을 기본 명제로 단순히 보기 좋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넘어 인간과 세상을 위한 디자인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그의 작업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는 삶을 순차적으로 따라가거나 위대한 업적을 나열하는 대신 디터 람스가 정리한 후 지금까지 디자인계의 바이블로 여겨지고 있는 ‘좋은 디자인의 10가지 원칙’에 초점을 맞춰 스토리를 전개한다.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이며 디자인이 현대사회와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디자인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고민이 이어진다. 영화의 연출은 2007년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다큐멘터리 <헬베티카Helvetica>로 데뷔해 주목받은 후 <오브젝티파이드Objectified>, <어바니즈드Urbanized>를 연이어 제작하며 산업디자인 3부작으로 이름을 알린 다큐멘터리 감독 게리 허스트윗Gary Hustwit 감독이 맡았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디터 람스의 작품만으로는 알기 힘든 인간적 면모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고민에 집중하려 했다고 밝혔다. 정적인 디자인 제품이 가득 펼쳐지는 스크린에 생기를 더하는 음악은 영국 뮤지션 브라이언 이노Brian Peter George Eno가 책임졌으며, 영화 내레이션은 배우 김재욱이 맡았다. 빈티지 컬렉터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제품을 만든 주역이자 디자인계의 전설로 불리는 거장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특별한 여정에 동참해보자.



<디터 람스: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철학과 의지를 소개하는 책. ‘좋은 디자인을 위한 10계명’의 탄생 과정과 본질, 그의 디자인 작업을 세심하게 담았다. 브라운을 성공으로 이끈 스토리부터 직접 디자인한 집을 통해 바라보는 디자인 철학 등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적 없는 디터 람스의 숨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디자인하우스.


웅갤러리에서 이타미 준의 예술가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특별전 <심해心海>가 열리고 있다. 그가 작업한 회화 작품 25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9월 7일까지.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